현무, 의도적으로 감정선(感情線)을 주도한다는 것
나이를 먹다보니 폐 기운이 떨어지면서 감정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 과거에는 전혀 보지 않던 TV 프로그램도 보게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감정선을 자극하는 K팝스타 4시즌이다.
이 내용을 보면서 출연자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바람이 제대로 표출되었을 때 심사위원들의 적절하면서도 때로 과분한 평가에 덩달아 기뻐하게 되며 그 과정에 내 감정선이 자극을 받음은 당연지사이다.
심사위원들이 감정 혹은 감정선을 살리라는 주문을 보게 되는데 실제 제대로 살리는 출연자가 있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 일이다.
감정을 잘 살리는 방법은 사실 타고난 끼도 필요하며 반복에 의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감정에 대한 깊은 몰입이 꼭 좋다고 할 수도 없다. 깊은 몰입은 나중에 빠져 나오기 힘이 들어서 삶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의식배분과 집중’이라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의식배분과 집중은 외견상 대개 상치되는 표현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고도의 집중으로 이끄는 수단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되었던 뛰어난 연기자들이 ‘연기는 감정 몰입이라기보다 감정 배분’이나 ‘감정이입이 아니라 먼발치에서 바라봄’으로써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성숙된 연기를 할 수 있으며 또 그 상황이 종료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예전에 수련이 높은 분의 현무(玄舞)시범이 있었다. 그 분의 현무 솜씨는 뛰어난 것이 아니었지만 현무에 대한 강의나 게시물을 여러 번 올린 적이 있었으므로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나는 잠시 다른 일로 자리를 비웠었는데, 그 현무를 바라본 주변 도반 왈, 현무를 보다 보니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눈물이 줄줄 뺨 위를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애절한 사연을 지닌 특정 여성의 기운을 끌어 현무로 표출한 때문이었다.
현무의 요체는 다음과 같다. 어떤 특정한 기운을 끌게 되면 내 몸 주위에 그 기운들로 어리게 된다. 기운들이 몸 주변에 어리게 되면 이 기운에 조응하는 몸 안의 기운이 생겨난다. 이 몸 안과 바깥의 기운이 상응하면서 생겨나는 몸짓이 바로 현무인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고 젖혀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또 석문호흡 수련을 하게 되면 더 이해도가 빠르다. 예민한 사람은 대맥만 유통해도 가능하나 내공이 쌓인 소주천 유통이나 대주천 유통 이후가 훨씬 나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면 왜 도화재에서는 그런 방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지 않느냐?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이러하다. ‘도화재 수련 자체가 그런 부수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춤을 통해 그 춤의 테마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춤꾼이어도 쉽지 않으며 솔로 무대로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그만큼 관객들에게 감정선을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운을 제대로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여기서 바로 진일보하는 것이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꺼들려 주체(중심)가 휩쓸려서도 되지 않으며 내 의식이 지나치게 떠서 감정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나’라는 존재를 통해 여과되고 재해석된 감정표현과 전달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한 스테이지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의 총량이 있다면 그 총량은 정확히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기승전결로 풀어서 배분해야 하며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서도 아니 된다. 감성을 들어낸다는 것은 자신을 통해 여과되고 자신의 고유한 기질적 특성이 배어나오는 감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질적 특성이 각기 다른 인간들이 직접 부딪힐 때 발생될 소지가 높은 불협화음의 완충작용을 해주는 것이 바로 도덕예의법률(道德禮義法律) 등이라 하였는데 그것은 인간의 감성을 표현하는 모든 예술분야들도 다르지 않다. 특히 예술은 모두 소통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여과되고 절제된 표현은 깊이를 더해주고 당사자 간에 소통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도덕예의법률이 이성적 소통의 매개라면 예술은 감성적 소통의 매개인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소리는 듣는 상대를 의식해야하는 소통의 한 방편이다. 특히 감성을 매개로 표현하는 장르는 자신의 색깔도 중요하고 소통도 동시에 중요하다. 어디까지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법(心法)과 심력(心力)으로 원하는 기운을 끌다 보면 반복에 의해 익숙해진 기운이 몸밖에 어리게 된다. 이 과정 가운데 몸밖에 어린 기운에 조응(調應)하는 내면의 기운의 흐름에 상응하는 몸동작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것은 반복될수록 익숙해진다. 그러나 자신이 추스를 정도를 넘어선 감성은 자신을 지배하게 되며 자아를 상실한다.
팁: 현무를 즐겨 추다보면 수련에 있어서도 몰입도가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