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관련

간절함

수암11 2015. 3. 9. 15:24

간절함

 

 

대략 4년 전인 2011년 2월의 수련일지이다.

 

 

‘얼마 전 내관반청에 대한 별도의 심득이 있어서 수련에 적용해 보았다.

그간 주로 한 복습이 의수단전과 관련되어 있으니 예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단전기감이나 몰입은 아주 쉽다.

내관반청을 하다보면 의외로 내관이 단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전과는 조금 떨어져 주로 위쪽 혹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의 단전자리로 끌어내리는데 며칠이 소요되었다. 내관이 단전과 일치되고 나니 즉각 몰입이 되면서 단전에 빛이 쏟아져 내리는데, 마치 대용량의 펌프에서 쏟아져 나오듯 노란 빛이 폭포수처럼 내리꽂히는 것이었다. 그 공간도 아주 입체적인데, 아랫배 속의 넓은 공간감(단전 뿐 아니라 아랫배 전체)도 그러하였지만 하도 신기해서 단전 안을 드려다 보니 그 또한 무한히 넓은 공간이어서 이게 바로 내 안의 소우주를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일었으며 이 큰 공간도 언젠가는 채워야 하는구나 하면서도 폭포수 같은 빛들을 그냥저냥 바라보게 되었다. 다만 하도 신기해서 그 공간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는 억제하기 어려웠다. 의식이 분할되었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들어가고 싶은 욕구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자제, 그리고 우선은 채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며칠을 그러던 중 상이 사라졌다,‘

 

 

그 당시의 상이나 느낌은 마음이 앞서서 생겨난 심마(心魔)일수도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당시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오랫동안 수련이 지지부진하고 기감이 없어서 수련을 하면서도 심적으로 다소 방황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간절함으로 나의 근원적인 존재에게 진심으로 간구했다.

이런 간절함과 더불어 언급한 내관반청에 대한 별도의 심득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인지 끝없는 빛이 단전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처음 한동안은 눈을 감고 수련하는 동안에 이루어졌지만 나중에는 수련을 파하고 운전을 하면서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의식만 하면 단전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빛 무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눈을 감지 않아도 마주 오는 상대방 차량 불빛이 비치는 가운데서 그 현상은 계속되었다.

눈을 뜨고 눈을 통해서 앞을 바라볼 때 보이는 상, 그리고 내면을 바라보는 심안(心眼)이 바라보는 상, 이 두 가지 상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데 서로가 간섭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보고자 원하는 부분이 좀 더 집중되어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사나흘 동안 의식만 하면 낮이고 밤이고 어떤 자리에서건 보였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의식만 하면 쉽게 눈을 감거나 눈을 뜨고서도 수련이 이루어지니 희열에 휩싸였으며 한편으로 마음만 먹으면 또 언제라도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 기쁨을 자축하는 의미로 술을 마셨다. 마시는 순간에도 단전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빛 무리의 느낌은 쉽게 기억할 수 있어서 자신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수련을 하려고 보니 단전 뿐 아니라 모든 기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이후 그 느낌과 기감은 다시 맛볼 수 없었다.

 

 

오래 묵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수련에 있어서 간절함이라는 덕목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수련이 잘되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고 수련이 잘 되지 않으면 더 나은 수련을 위해 간절함을 지녀야 한다. 잘될 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것도 간절함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작은 언덕만 넘으면 보상심리로 안주하려고 한다. 남과 비교해서 안주하려 하고 자신의 의지와 타협하려한다.

수련은 남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克己)이다. 남들 못지않은 노력만으로 남들과 같은 수준을 뛰어 넘기에 한계가 있다. 항상 간절함을 화두로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물방울로 돌을 뚫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듯 보이지만 실제 처마의 낙수가 댓돌에 구멍을 내는 것은 항상심과 꾸준함이 관련이 있다.

 

 

물론 간절함을 빌미로 마음이 앞서 가는 것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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