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즈

별, 달, 개미 고속도로, Rio Prio 터널동굴

수암11 2008. 6. 1. 09:47

별, 달, 개미 고속도로, Rio Prio 터널동굴


05.02.26 09:49


여기 와서 하룻밤에 몇 번씩 깨어납니다.

처음에는 여기 밤이 쌀쌀해서 자주 깨어나는가? 했습니다.

가만 보니 밤 10시, 때로는 밤 9시 반에 불이 꺼지니 자연 일찍 잘 수밖에 없어서, 어떤 때는 실컷 자고 일어나도 11시 반, 12시에 깨어나 다시 잠을 청하곤 했었습니다.

조금 반주가 지나친 날은 속이 타서 냉수를 마시러 일어나기도 했었지요.

그런 날은 잠시 바깥에 나가면 밤하늘의 별이 그리 초롱초롱 할 수 없었습니다.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가끔 어떤 별은 나뭇가지 사이로 유난히 반짝이며 쳐다봐 주기를 바란 듯합니다. 그런 유난히 밝은 별 주변의 다른 별들을 바라보면, 숨을 죽이고 그 별이 반짝이며 빛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며 흐릿해집니다. 책에서나 노래에서처럼 보석 같이 반짝인다는 표현과 다를 바 없지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멀고 가까운 공간감이 뚜렷이 느껴집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어디론가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어릴 적보이던 밤하늘의 은하수들이 보이지 않더군요. 가만히 보면 한국에서 보는 별자리와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아니면, 한국 보다는 한참 남쪽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한참 기울어져 있고, 아는 별이라고는 삼태성이 고작이고 다른 별들은 낯설기만 합니다.

며칠 전, 달빛이 유난히 밝기에, 고개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아! 글쎄? 하현달이 얼마나 밝았는지요?

산마루에 넘어갈 듯 한데 말입니다.

하도 유난히 밝아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라는 시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한 이틀 지났나요?

하현달이라고 생각했던 달이 뜻밖에도 점점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긴 위도가 다르다 보니, 하현달처럼 보였던 게 다름 아닌 초승달이었음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기불이 나가고, 모처럼 촛불 아래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달이 휘영청 하니 별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있군요.

사위가 훤하니 산등성이 윤곽들도 뚜렷해집니다.


글을 써놓고 또 하루가 흘렀습니다.

여기 시간으로 오늘은 2005년 2월 19일 토요일 밤.

이젠 달빛이 밝아서 길이 훤히 드러나 보입니다.

반달인데도 하도 밝아 ‘달빛이 부서진다!’는 표현 그대로입니다.

바깥 구경을 위해 침대에 거꾸로 누워 감상하다 다시 잠들기도 합니다.


때로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하는데, 다른 쪽 방문을 열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탓에 인적이 없는 조용한 잔디밭을 산책합니다.

밤새 내린 이슬들이 발을 적시기도 하지만 마음은 한가롭습니다.

어느 날 문득 잔디밭 가운데, 가늘고 기다랗게 잔디가 패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한때 물길이어서 잔디가 패였나 했더니, 새벽길을 수많은 붉은 개미가 떼를 지어 먹이를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 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끝이 없었습니다.

2월 20일 새벽 산보에서 확인한 결과인데, 그 길들은 제 방 창문 앞에서 집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길은 약 12cm의 폭인데, 한결같이 출입구는 풀섶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최소 7개의 코스가 제 창문 너머에서 합쳐지는 것이었습니다. 뻗어 나간 길들은 저 멀리 잔디 축구장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일정한 노폭의 도로연장이 대충만 봐도 최소 수 킬로미터 이상은 될 듯했습니다.

개미들이 그 길을 쉽게 다니기 위해 잔디 잎사귀들을 모조리 먹어 치워, 마치 잔디가 패인 것처럼 흙이 노출된 것이지요.

저는 그 길을 개미고속도로라고 부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해코지 할까봐, 혼자만의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일부 도로는 간선도로로 이어지는데, 간선도로는 개미들의 통행이 적고, 그 폭도 조금 좁습니다. 저녁 무렵에도 빽빽이 오가는 개미들이 확인되었습니다. 밤낮이 없이 일을 합니다.

주로 작은 개미들이지만, 가끔 아주 큰 놈도 확인됩니다.

그 들의 출입구는 엄지손가락 굵기에서 어른 팔뚝보다 옆으로 조금 더 넓은 입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 창문 너머에는 그들이 살 공간을 넓히기 위해 물어다 놓은 작은 흙 알갱이로 이루어진 흙더미들이 이곳저곳에 쌓여져 있습니다. 흙더미를 드려다 보면, 계속 확장공사 중인지, 흙 알갱이를 부지런히 물어다가 뱉어내고 있습니다.


개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거스틴의 가축 얘기도 해보죠.

여기 오거스틴에 있는 말과 개만큼 편한 가축도 없는 듯합니다.

그 이외 가축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말을 별로 이용하지 않으니, 저들끼리 무리 지어 이곳저곳 다니며 풀을 뜯어 먹습니다.

산이나 들에다가 방목을 하는 게 아니라 소위 동네에다 방목하는 겁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거지요.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가 탄 차량이 아주 천천히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닥칠 뻔 한 일이 있었습니다.

늘 동네를 지나다 보면 길 중앙에는 말똥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도 당연히 차량으로 뭉개고 지납니다.

개들도 당연히 천수를 누리지요. 자주 경험하는 일인데, 차가와도 도로 중앙에 벌렁 누워 있거나 엎드려서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당연히 차가 비껴 가야하지요.

식성과 습관이 우리네 개와는 달라서인지, 먹을 걸 줘도 본체만체 합니다.

어떤 때는 낯설다고 주행하는 차량에 줄기차게 덤벼드는데 어이가 없지만, 개 패듯 팼다가는 동물학대로 제재를 받게 되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2월 20일 일요일은 하던 일을 일찍 마무리 하고, 오두막 근처의 동굴을 구경 갔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오거스틴은 아주 한적한 산골이지만, 의외로 볼거리들이 좀 있습니다. 먼저 말씀드린 웅장한 Rio on폭포나 낙차는 적지만 아주 넓은 5자매 폭포, 이외에 오늘 간 Rio Prio 동굴은 환상적인 터널동굴입니다.

Rio Prio 동굴을 만나기 전에 또 하나의 구경꺼리는 Twin동굴로서, 도로변에 노출되어 있는데, 도로변에 지하로 큼직한 동굴이 하나있고, 그 안쪽 바닥에 또 하나의 동굴의 입구가 있습니다.

미리 준비한 플래시를 비춰서 내부로 들어가 보니, 천정을 포함해서 규모는 제법 크지만, 깊이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Rio Prio 동굴은 오두막에서 불과 3/4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동굴인데, 산 아래를 관통해서 생긴 석회암 동굴이자, 터널입니다.

터널 길이는 대략 150여m 되는데, 입구 부분은 대략 직경 40m, 중간 부분은 50여m, 출구 부분은 30여m 가량 됩니다.

개울물이 산 아래를 흘러, 석회암을 녹이고, 이렇게 웅장한 동굴이자, 터널이자, 개천을 만들어 놓았다니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터널동굴 입구. 너무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동굴이 아름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순수한 석회암 뿐 아니라 이질 퇴적암이 소량 포함되므로 서 유려한 곡선미가 있는 표면이나 낙석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터널 내부는 제법 수량이 많은 개울물이 흐르고, 중간부에는 개울을 건널 수 있는 10m 정도 길이가 되는 나무다리가 걸려 있습니다. 동굴터널 안을 흐르는 개울은 때로 작은 연못을 만들기도 하고, 입구에서는 작은 폭포로 변합니다.

개울 주변은 의외로 석회암 지대와는 달리, 상류에서 운반되어진 굵은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밭이 잔뜩 깔려 있습니다.

높고 널찍한 동굴 천정에는 종유석들이 매달려 있고, 한쪽 구석에는 기형적으로 큰 석순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도처에 천정에서 분리되어 떨어진 낙반들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 암반 절벽을 타고 올라가면, 말씀드린 석순들의 병풍이 펼쳐지고, 그 아래는 둥글고 넓적한 계단형의 호수 흔적들이 자리 잡습니다.

이 호수 흔적들은 지금은 말라 있습니다만, 석회암이 녹은 물들이 흐르면서 그 안에 있는 이물질들이 외곽 쪽에 쌓이고, 그래서 얕은 호수처럼 형태를 이루고, 또 아래쪽에도 같은 형태의 얕은 호수들이 계속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 계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외부는 상아색의 광택이 나는 근사한 구경꺼리입니다. 그 곳을 내려가면,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고, 징검다리가 끝나면 동굴 출구로 빠져나와 작은 산길을 돌아 10분 정도 걸으면 처음의 위치로 갈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동행한 19살 먹은 안토니라는 인부는 수영을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이 터널 동굴 일대는 신성시된 탓인지, 수령이 오래된 거목들이 많이 남아 있었으며, 특별히 보호하려는 의도인지, 이름을 붙여주고 이름표를 세워 놓았습니다.



'벨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크닉  (0) 2008.06.01
벨리즈  (0) 2008.06.01
카지노  (0) 2008.06.01
파인 리쥐(2/8)  (0) 2008.06.01
세 번째 맞는 일요일  (0) 200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