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즈

세 번째 맞는 일요일

수암11 2008. 6. 1. 09:45

세 번째 맞는 일요일


05.02.08 04:16


오늘은 여기 날짜로 2월 6일 일요일입니다.

한국 날짜로 치면 더하기 15시간을 해야 하니, 한국은 2월 7일 월요일이군요.

오늘 비로소 오두막에다 짐을 거의 풀었습니다.

큼직한 현장 지도 석장을 잘라 벽에다 붙여 놓기도 했지만, 지원장님께서 주신 전신주천 경혈도를 제 방 벽 수련 공간 옆에다가 붙이고, 저의 정인 중에 두 분인 한궁단사님과 월인 누나가 먼 길 떠난다고 정표로 주신 한당선생님 글씨 영인본, ‘道’와 ‘道光靈力’을 마주 보게 붙였습니다.

아아! 불경스럽게도 새로 산 중국산 딱풀이 다 말라 있어서, 밥풀 4개로 한 장씩 붙였습니다..^^;;;


여기 오두막에 같이 거주하는 이들을 소개할까요?

보링 기술자들로 두 명입니다. 이들도 오래 이 직업에 머물렀기에 한 다리만 걸치면 다 아는 이들입니다.

이 직업이 좀 힘든 일에 속하기에 거개가 구속되기 싫어하고 자유분방한 일면이 있습니다.

이 두 분의 경력도 다채로워, 한 분은 한식, 한분은 중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칼질이 장난이 아닙니다. 거기다가 요리 자체를 즐기는 분들입니다.

또한 한식요리 이론에 조금은 경험이 있는 제가 합쳤으니, 우리의 식탁을 상상해 보십시요!

비록 냉장고는 하루 6시간 밖에 돌지 않아 김치는 사흘이면 쉬어 먹기 힘들 정도이고 감자조림이나 무채무침도 이틀이면 신맛이 나는 상황이지만, 간단한 야채 몇 가지와 통조림 한가지만으로도 우리의 식탁은 풍성하고 즐거워집니다.

한국의 반대편에 있는, 처음 제의 받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생소한 나라에서도, 아주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축복 받은 일입니다.

단 한 가지 문제는 일을 통해서 얼굴과 몸은 가벼워지는데, 배가 나옵니다..ㅠ.ㅠ


한국을 떠나, 비행기 안과 멕시코시티에서 일박하면서 먹은 음식 가운데 첫 끼를 제외한 너댓끼가 느끼한 음식이었는데,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인 저도 나중에는 영 속이 불편해서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멕시코시티 한 식당에서 속을 달래기 위해 멕시코의 매운 고추 초절임을 두 접시나 비우고 나니 속이 좀 달래지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여기서 나는 야채들은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것과는 대부분 다르며, 같은 종류라도 모양이 생소하리만큼 다릅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비슷한 종류를 가지고도 김치나 깍두기를 담아냅니다. 그야말로 ‘굳세어라 금순아!’ 입니다.


언젠가 제가 타고 다니던 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일산으로 NISUZU라는 이상한 이름의 밴인데, 때로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험한 오지의 길을 하도 다니다 보니, 현재까지 4번의 펑크가 났습니다.

새 타이어는 무척 비싸서, 중고타이어를 갈아 끼는데, 현재 두 개의 타이어는 수리가 안 되어 폐기처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펑크가 난, 타이어는 굵직한 나뭇가지가 꽂혀 있어서 결국 폐기처분했어야 했는데, 모르는 그 상태에서 60마일 이상을 달렸습니다. 다행이 숙소 앞에 세워둔 상태에서 아침에 비로소 발견되었지요. 제 임무 중의 중요한 하나가 오래전 인적이 끊어진 험한 오지를 다니며 노두조시를 해야 하는데, 조금 고민입니다.


대천칠시를 맞아 본 수련만이라도 가급적 2타임 이상과 짬짬이 시간을 내서 수련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수련을 하지 않으면 더 힘든 심고가 올 수 있다는 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도 하겠지만, 늘 깨어 중지를 잃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간 제 딴에 조금은 마음이 여여해졌다고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는 가운데, 다시 부족한 부분들이 삐져나옵니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어처구니없게 삐져나오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

앞서간 분들이 어찌 이런 고비를 넘겼는가도 싶고, 한편 생각에 수련 이외에 다른 도리가 없을 듯 합니다.

현장에서 업무 차 사무실과 숙소에 온 김에 글을 올립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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