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즈

블루홀

수암11 2008. 6. 1. 09:44

블루홀 


05.02.06 05:44


여기 갇히다시피 있다 보니 세월 가는 줄 모릅니다.

여기 날짜로 2월 5일 금요일 저녁에 내려와서야 설이 코앞에 다가온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네 설날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하나일 뿐입니다.

상념들이 일기는 하지만 털어내야지요.


여기는 겨울이지만, 낮은 무척 덥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처럼 청명하고 햇살이 따갑습니다.

하지만 그늘 아래는 제법 시원하지요.

우리네 가을 하늘이 맑다고 하지만 여기 하늘의 청명함도 못지않답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한답니다.


컴퓨터를 여러 명이서 하다 보니 사용이 용이치 못해 2주 전 낚시 간 주말 블루홀 이야기를 전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블루홀이란, 글 그대로 푸른 구멍이란 의미인데, 석회암지대로 이루어진 산악지대 산자락 아래에 푸른빛이 감도는 물이 흘러나오는 장소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역시 국립공원 안에 있습니다.

물론 물이 맑은 탓도 있겠지만,

제법 많은 물이 용출되고 있었는데, 넓고 얕은 원형의 연못을 지나 하류로 흐르는데, 맑은 물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송사리 같은 한 종류의 크고 작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제법 큰 고기들은 팔뚝 보다 조금 작은 정도의 크기로서, 어로행위 금지 표지판이 없기에, 일행끼리 투망질 한번 할만 하다는 농이 오갑니다.

작은 돌멩이를 던지면, 먹이를 주는 줄 알고 고기떼들이 모여들곤 했습니다. 우리 보다 먼저 도착한 흑인청년 한명이 팬티만 입고 수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홀로 물고기처럼 블루홀 연못을 헤엄쳐 입구를 왕복합니다.


블루홀의 그 깊이는 헤아릴 길이 없으나, 그 청년의 말에 의하면 다이버들이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거슬러 올라간 결과, 4마일(약 6.4KM) 정도의 거리에서 또 다른 출구를 발견하였다 합니다.


블루홀 국립공원은 또 다른 입구가 있는데, 석회암 동굴이 소재한 곳이 세 곳 더 있었고, 일종의 트레킹 코스로서, 정글 속으로 들어가면 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어두웠습니다.

석회석 동굴 안에는 조명시설이 전혀 없어서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인원에 비해 작은 랜턴이 두 개 밖에 준비되지 않은 우리 일행은 입구를 조금 지나 구경 하다가 길을 되돌아 나왔습니다.

이러한 석회암 동굴은 이미 마야 인들이 먼저 발견해서 이용하던 곳으로 안내판에 씌어져 있었습니다.


공원 입구에서는 마야 소년 소년들이 수공예 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일행 중 몇 사람들이 수공예 기념품을 사려고 시도 했지만, 거스름돈이 없다는 말에 간단한 한두 가지를 샀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점심요기를 한 다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벨리즈 동물원에 구경을 갔습니다.

규모도 비교적 적고, 여러 종류의 고양이과 동물들과 아열대 지방 동물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 크기가 비교적 작은 새끼들로 구성된 듯 했습니다. 현지인의 얘기를 들은 바 있어서 마운틴 카우라는 동물을 유심히 살폈는데, 코가 약간 긴 멧돼지처럼 생긴 동물로서 우리 현장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합니다.


마운틴 카우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동물이라 하는데, 이 마운틴 카우인지, 재규어인지 여하튼 우리 현장에 숙식을 하고 있던 인부 두 사람이 일주일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현지에서 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는 화강암 석재 조사인데, 유엔 산하 기관과 다른 단체에서 이미 몇 권의 조사보고서가 나와 있습니다.

그 보고서들은 단지 지표지질 조사결과만을 언급했기 때문에, 재조사 및 정밀조사를 통해 시추위치를 확정 하는 게 제 할일 중에 하나입니다.

여러 곳들을 재조사한 결과 실제 성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이미 인원과 장비가 현지에 투입되었으므로 당분간 진행하여야할 상황인데, 그간 이 나라에서는 시추장비가 없어서 확인보링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시추기와 부대장비들은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이지만, 여기서 분실될 경우 재 수송해야 하므로 일정에 많은 차질을 빚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지 인부 2명을 구해서 임시 천막을 치고 천막에서 기거케 했습니다.


그들 둘 가운데, 세르빈은 20살 프란세스는 18살입니다.

문화적 차이겠지만, 이 친구들은 나이가 자신의 아버지 보다 훨씬 많아도, 브라더라고 부르며 담배를 요구합니다.

산속에서 숙식을 하면서 더군다나 추운 밤을 지내기에 어려움이 있기에, 나름대로 먹을 것과 편의를 제공했습니다만, 하루를 자고는 재규어가 천막 주위를 계속 배회 한다고 잔뜩 질려 있었습니다. 계속 간신히 달래어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난 후 수면부족으로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는지 막무가내로 집으로 가겠다기에 결국 그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고, 그들의 다른 형제 둘로 멤버를 교체하고는 양철집을 지어줬습니다. 그 뒤로는 재규어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2005년 2월 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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