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글 또소아 이야기

적도 인도네시아 정글 9 - 우당(민물새우)

수암11 2008. 1. 27. 21:42
 

 새호나무 열매입니다.

저 나무열매 밑의 가지를 잘라 수액을 받아 발효 시킵니다.


 새호나무에 사구에르를 채취하기 위한 굵은 대나무로 만든 사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저는 사께우스를 시켜 라면과 계란을 전하고 깨끗하게 덜어먹은 밥과 반찬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우리야 매일 먹어서 질린 라면과 훈제 가다랑어 조림이지만 산중에 사는 이들에게는 귀한 음식일수 있지요.

 

 자벌레 같은 정글거머리(린따) 녹색을 띤 것도 있습니다.



 날로스 유역의 아침전경

겨대한 나무나 대나무가 길을 막기도 하고 홍수에 떠내려 온 아름드리나무가 댐을 만들기도 합니다. 급류나 소를 혹은 폭포가 있어 행보를 막습니다.



그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줄 것을 제안한 솔래만이 오히려 고맙습니다. 여자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세상 어디든지 아이들은 너무 귀엽습니다. 달리 가진 게 없어서 오천 루삐아를 나눠 쓰라고 주었습니다. 평상에서 쉬고 있을 때 대퇴부 아래쪽이 가려워 긁으려 하니 정글거머리가 피를 잔뜩 빨아먹고 탱탱해져 있었습니다.


 남쪽 지역 아께디리의 하천


 선배에게 얻은 밀림 사진

밀림 안에서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기 어려운데다가 한 컷에 담기가 쉽지 않아 사진이 귀합니다.



5일간의 달콤하고도 지루한 휴식을 마치고 지금은 지난번 고부간인지? 모녀간인지? 나락을 털고 있던 산막에 와있습니다. 알렉스가 타주는 커피에는 이물질도 있지만, 개의치 않고 마십니다. 받아 놓은 빗물로 끓이는데 빗물이야 깨끗하지만, 지붕의 먼지나 검불이 같이 담기지요. 모기나 하루살이가 떠있을 때도 있지만, 그도 흔한 일이라 그리 개의치 않습니다.

골라내고 먹기도 번거롭거니와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을 정글 안에서 무시하기는 어렵지요

네 번째 조사는 사실 지난 조사가 조금 어려워서 5일을 쉬고, 유역이 넓은 리붓유역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여유 있는 일정을 감안해서 9일간의 조사계획을 미리 세웁니다.

마침 9일째 마지막 날이 크리스마스 전날인데다가 모두 크리스천이어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에 23일 저녁에 또소아로 복귀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니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여기 일요일 아침은 무척 한산합니다.

직원들이 반찬으로 쓸 훈제 가다랑어를 사지 못해 일요일 아침 출발하면서 구입하기로 했는데, 두 군데의 한산한 시장을 들러도 파는 곳이 없어서 결국 멸치 조금과 잇간 가람이라는 소금에 절이고 말린 생선을 대신 조금 샀습니다. 이전 보다 일정이 긴 편이어서 조금 당혹스러운 가운데 파리가 잔뜩 앉아 있긴 했지만 그나마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까짱반장이라는 콩 줄기 같은 것도 잔뜩 샀습니다. 이걸 볶아 양념으로 버무리면 아삭하면서도 맛있습니다. 여기 사람들도 일요일 아침 시장은 처음이어서 장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험한 도로를 사륜구동 픽업으로 한 시간 가량 달려 또소아에 도착을 하니 일요일 오전이어서인지 길은 한산하지만, 교회 가는 사람들이 더러 보입니다. 알렉스도 사께우스집에 들르고, 솔래만도 들렀지만, 교회 갔다가 오겠다는 겁니다.

한참 뒤에 나타난 사께우스는 지난밤에 짭띠꾸스를 많이 마셔 속이 불편하다는 제스처를 보였습니다.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을 출발했지만, 결국 12시가 넘게 되었습니다. 또소아에서 바로 걸어서 출발한다는 말에 선배와 운전기사를 보내고 저는 사께우스와 깐콩이라는 나물무침을 비벼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참! 지난번 솔래만에게 부탁한 짭띠꾸스를 한 번 더 증류한 술을 받았습니다. 이 술에 대해서 선배가 더 많은 관심을 보였지요. 술이 준비되었다는 솔래만의 말에 당장 가지고 오라고 하여 맛을 음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흡족한 표정으로 “좋다”를 연발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4병을 만들었는데, 한 병을 만드는데 짭띠꾸스 네 병이 들었다고 합니다. 두 번 증류를 했음에도 술이 완전히 맑지는 않습니다. 새호나무 열매즙을 발효 시켜 사구에르를 만들고, 사구에르를 증류시켜 짭띠구스를 만드는데, 선배는 짭띠꾸스를 새호술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짭띠꾸스를 증류시켜 만든 술 이름은 제가 밝을 명의 “명호”라고 이야기합니다. “호“자 돌림으로 선배의 이름을 차용하여 술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지요. 선배는 이 술이 대략 55도이며 조금만 입에 넣어도 바로 입안에서 흡수되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제가 입에 넣어도 그 자극이 입안에 바로 느껴지면서 자극에 의해 침이 나와 섞이는 고급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짐을 꾸리고 하다 보니 사께우스 말처럼 오후 2시에 출발하게 됩니다.

요즘 자카르타에서는 비가 많이 와서 침수로 인한 피해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데, 여기는 폭우가 쏟아지긴 해도 오래 오지는 않고 내리는 강도가 예전에 비해 조금 심해진 정도입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한 민가에서 비를 피하게 되었고 따라온 검정개는 알고 보니 솔래만의 “로비”라는 이름의 개였습니다. 로비는 작은 내를 헤엄쳐 건너 한참을 따라 왔으나, 결국 날로스강에서는 건널 엄두를 내지 못하고 걷는 우리를 향해 한참 짖어댔습니다.

도중에 피할 곳이 없는 터라 꼼짝없이 큰 비를 두 번이나 맞았고, 한 번은 세차게 내릴 즈음 솔래만의 술도가인 농막에 피신했고 두 번째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산막에 오기 직전 비를 흠씬 맞았습니다. 솔래만 농막에서 짭띠꾸스 두 병을 챙겨와 사께우스는 닭을 손질하고 솔래만은 튀겨 간단하게나마 한 잔 걸쳤습니다.


저녁을 먹고 9시가 다되어 가는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행보에 준비한 것은 가인사롱과 고추장입니다. 가인사롱은 얇은 천으로 만든 잠자리 전, 허리에 두르거나 무슬림들이 예배를 볼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남자가 치마처럼 두른다니 우리 상식으로는 좀 우습지요. 산막에서 모기를 피해 가인사롱을 걸쳤는데, 길어서 한쪽을 어깨에 걸쳤더니 솔래만이 아랍인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제가 야목(모기)패션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자이롤로 주방을 뒤질 일이 있었는데 싱크대 아래쪽 수납장에는 유통기한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각종 캔류와 양념들이 많습니다. 고추장은 제가 있는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전임자들이 먹고 남긴 게 제법 있습니다. 이번에 그것을 좀 퍼 와서 저녁식사 때 국밥에 좀 넣었는데 아주 근사합니다.


5일 동안 쉬면서 별일은 없었고 비자연장 문제로 사진이 필요해서 자이롤로에 있는 유일한 사진관에 주인이 자리를 비워 이틀이나 간 끝에 사진을 겨우 찍었습니다. 여기 관공서 제출용 사진은 반드시 배경이 붉은색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요즘 여기 길거리에는 형형색색의 기다란 깃발들이 집집마다 비스듬히 꽂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독특한 여기의 풍습인데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특별한 형식이 없고 크리스마스 뿐 아니라 다른 기념일 혹은 결혼식 때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내건다고 합니다.


자이롤로에 있는 선배는 여기 온 지 한참 되었지만, 이슬람 성전인 모스크에는 한 번도 갈 기회가 없었다 합니다. 여기 근무하는 지질직인 수나리오는 독실한 무슬림으로 저와 편한 사이인데, 제가 모스크에 가고 싶다고 제의를 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꺼내며 서울 이태원에 있는 모스크에도 가봤다고 했더니 반색을 합니다. 모스크에 가려면 첫째 알라를 믿어야 하고 둘째 가인사롱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알라와 GOD과 한국의 하나님은 “사마사마”(같다), 나는 창조주, 조물주, 하나님을 믿는다. 그리고 가인사롱은 조사준비물로서 내일 구입한다. 이 이야기는 이슬람에서 금기인 술(짭띠꾸스)을 선배와 나누어 마시면서 나왔으니 좀 아이러니 하지요. 어쨌든 조사가 끝나고 복귀하면 모스크에 예배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비가 오다말다 하면서도 새벽까지 내립니다. 모두들 편안히 잠들어 있는데 저만 잠들지 못하고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17일 월요일 아침식사를 끝내고 조사할 지역으로 이동해 왔습니다. 지도상으로는 평평한 지역임을 보여주지만, 축적 십만 분지 일인데다가 등고선의 간격이 50m여서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실제 지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빽빽한 나무들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여기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원하는 위치를 가기 어렵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손바닥만 한 하늘에서는 GPS도 무용지물이지요. 평평한 지형임을 나타내는 이곳도 골짜기는 급경사입니다. 산막이 마침 있어서 별도로 움막을 지을 필요는 없지만, 5명이 자기에는 좀 부족합니다.

목욕을 위해서 개울까지는 급경사를 한참 내려가야 합니다. 만약 더운 날씨 같으면 다시 산막으로 올라오는데 진땀을 다시 쏟아야 하는 정도입니다.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상류 쪽으로 올라갔던 사께우스가 큼직한 민물새우를 잡아왔습니다. 몸통길이만도 20여cm나 되는 게 기다란 집게가 양쪽에 달려 있습니다. 집게로 집을까봐 집게발을 따로 떼어 가지고 왔는데, 집게발 하나만도 몸통길이만 합니다. 지난번 잡은 민물새우는 집게발이 외발이었는데, 자이롤로에 있는 선배 말에 의하면 이놈은 수컷이어서 양쪽에 집게발이 다 달린 모양입니다. 사께우스가 기름에 튀겨 왔기에 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역시 살이 탱탱하여 쫄깃합니다. 집게발 안에도 제법 살이 차 있습니다. 집게발 끝을 떼어 속살을 파먹는 모습을 보고 다들 웃습니다.

 민물새우(우당)



세 사람만 기독교인 인줄 알았더니 욘까지 크리스천입니다.

사실 오래 전 인도네시아에서는 힌두교 신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만 이슬람이 전파되면서 국민의 90% 이상이 이슬람을 믿고 있습니다. 네델란드가 식민지를 삼으면서 가톨릭을 전파했지만 현재 명맥이 미약합니다.

오히려 개신교가 치열한 선교활동으로 여기 또소아에는 모스크가 없으며, 대부분이 개신교를 믿나 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종교 간의 갈등은 매우 첨예하여 소위 종교전쟁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기 까지 한 분쟁이 몇 해 전에 있었을 만큼 종교에 관한 부분은 예민한 사안인가 봅니다.

문외한인 저로서도 기독교의 하나님이나, 이슬람의 알라나 같은 대상인데, 피조물인 말하자면 형제끼리 피비린내를 풍기다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그런 상황이 양쪽 교리에도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야 비기독교 인이지만, 군 시절 힘든 점호를 피하기 위해 교회에 자러 다닌 적이 있고, 교육파견을 나가 있는 동안 무료한 시간에 빈 교회에서 풍금 위에 찬송가를 펴놓고  멜로디만으로 찬송가를 익힌 적이 있습니다. 원래 찬송가의 곡조가 경건하면서 제 취향에 맞는 음조여서 자연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