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비가 한 번 잠시 내리고 그치는 게 아니라 주로 낮 시간대에 폭우가 쏟아지다가 개었다가를 반복합니다. 자연 움막이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어제(12월 7일) 오후는 계속 비가 와서 움막에서 뒹굴 거리며 지냈는데, 모기 물린 자리가 저녁에는 몹시 가려워 피부 껍질이 벗어지도록 긁어대고 나중에는 가려운 곳을 이곳저곳 긁어대다 보니 무려 8시간가량을 긁었습니다. 그러니 자연 잠 못 이루는 밤이었지요.
새벽이 되어 날이 선선해지니 더 이상 가려움증이 사라지고 긁을 곳이 없어서 잠이 듭니다.
아침에 보니 온몸 이곳저곳이 빨갛게 부풀어 알레르기 까지 돋아 있었습니다.
어쨌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날로스 유역을 답사하고 오후에 돌아와 강물에 목욕을 하고나니 컨디션이 살아납니다. 알레르기 현상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내일은 날로스강 유역을 더 답사하고 또소아와 가까운 지역에서 일박을 하고 복귀하려 합니다. 그간 복귀 시간을 맞추느라 고생이 심해서 이번은 좀 여유 있게 갈 계획입니다.
오락가락 하던 비가 오후 1시인 지금은 또 세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솔래만이 농막에 있던 광주리를 들고 나가더니 꽃이 피기 전의 꽃망울을 가득 따왔습니다.
사요르 뭉아 뽀빠야
꽃봉오리로 요리를 하려나 봅니다.
꽃봉오리 쪽만 따서 뜨거운 물에 데쳐 양념을 넣어 저녁반찬으로 내었습니다.
꽃 이름은 사요르 뭉아 뽀빠야라 하는군요.
밥에 비벼 먹는데 쌉싸름한 쓴맛이 있습니다.
저는 준비해간 된장을 추가해서 비빕니다. 저녁 식탁에는 날라르강에서 잡은 쏘길리(메기)국도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굵기가 어른 한 뼘 반가량 되는 쏘길리가 일부는 기름에 튀겨지고 일부는 국으로 올라왔습니다.
토막이 얼마나 큰지 여러 번 나누어 베어 먹습니다.
어찌 이리 낚시를 잘하나 했더니 낮에 이야기가 밤에 랜턴을 들고 나가서 비추면 쏘길리가 움직일 때 날쌔게 지니고 있는 바랑 뒷면으로 내리쳐서 잡는답니다.
자이롤로에 있는 선배 이야기로는 민물장어 보다도 더 귀한 보양식이라 합니다. 그 귀하다는 보양식을 우리는 질리도록 먹어댑니다.
사요르 뭉아 뽀빠야 무침(좌측에 보이는 것이 쏘길리국임)
여기 산에는 대나무가 무척 많이 자랍니다. 어떤 곳은 군락을 이루기도 하는데 한 곳에서 자란 대나무의 가장자리가 휘어져 터널처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다니기에도 편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이 대나무를 쪼개, 침상을 만들기도 하고 격자로 짜서 벽체로 쓰기도 합니다. 굵은 것은 잘라서 물통으로 쓰기도 하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여기 대나무는 살이 얇아서 바랑(칼)으로 쉽게 잘라지며 가공하기도 쉽습니다.
여기 밀림은 습기가 많아서 인지 아무 곳에나 불을 피우거나 담뱃불을 소홀히 버려도 불이 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불을 피우다가 떠날 때에는 땔감을 한 아름 올려놓고 가기도 합니다.
지금은 비가 세차게 와서 들리지 않지만, 무룬 따운이라는 검은색의 큰새는 수시로 주변을 날아다니는데, 그 날갯짓 소리가 아주 요란합니다. 잘 날지 못하는 닭이 요란하게 날갯짓 할 때 나는 소리 그 이상입니다. 그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주변에 있음을 쉽게 알게 됩니다. 뱀은 작은 놈으로 한 번 본적이 있습니다만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제는 사께우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기에 바라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뱀이 있었다는군요. 자이롤로 선배 이야기로는 사실 숨어 있어서 그렇지 어른 허벅지 굵기의 뱀들이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솔래만이 저녁을 하고 있는 동안 무료해서 사께우스에게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아리스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아낙”이라고 대답을 하기에 급히 휴대용 사전을 찾았습니다. 놀랍게도 어린아이라는 뜻입니다. 사께우스의 아들이 아리스인 것입니다. 아리스는 27살에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하나 있다는군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런 간단한 내용조차 알기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
여기 계란 후라이는 너무 익혀서 한국에서 먹는 맛이 나지 않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계란을 통째로 기름에 튀겨서 먹기도 합니다. 마침 아궁이에 밥을 짓고 있기에 가스버너에 불을 붙여서 살짝 익힌 계란 후라이를 시범 보이려다 실패 했습니다. 프라이팬이 너무 달구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 닭들이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조리를 하기 위해 계란을 깨면 노른자까지 같이 깨집니다.
어린 돼지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걷는 모습은 매우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사께우스가 칼을 들고 “막간 바비”(돼지를 먹을꺼냐?)하고 묻기에 먹기는 하지만 돼지는 무척 귀엽다고 사전을 꺼내 찾아서 말하며 말렸습니다. 나중에 사께우스가 웃으며 “체킨”,“체킨”(체크 인) 하기에 따라 가보니 옆집 뒤편에서 벌써 돼지를 잡아 해체 하는 중이었습니다. 사실 돌아다니는 돼지를 보면 강아지 보다 돼지가 더 귀엽습니다. 조금만 깨끗하다면 안아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전 두 번의 조사 복귀 시 11~12시간의 강행군으로 무리를 했기에 이번에는 좀 여유 있게 오려고 일찍 출발을 해서 또소아 근처의 날나르유역에서 하루 자고 일찍 도착하려고 했지요.
가만 생각하니 제 생각만 한 것으로 이들도 그간 힘들었을 것이니 노임은 그대로 주더라도 하루 일찍 보내주는 것도 괜찮을 듯하여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다들 좋아라! 하는 눈치입니다.
오는 도중에 조금 규모 있는 산막에 들렀는데 사께우스가 거기에 있는 플라스틱 통의 짭띠꾸스를 컵에 따라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바로 솔래만의 짭띠꾸스를 만드는 소위 술도가 이었습니다.
한쪽에는 불 때는 아궁이가 있고 둥글고 큰 원통형으로 생긴 일종의 솥이 걸려 있습니다. 솥 위쪽으로 대나무로 만든 파이프가 꽂혀 있고 그 파이프는 지붕위로 올라가 바깥으로 대략 15m 가량을 돌아 다시 농막 안으로 들어와 홈이 파진 바닥에서 병에 담을 수 있도록 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바깥에는 용기로 쓰이는 굵고 기다란 대나무 들이 걸려 있거나 세워져 있습니다.
사께우스가 손짓하는 아주 높다란 두 그루 야자수에는 굵은 대나무에 구멍을 뚫고 막대기를 꽂은 사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굵은 대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구에르를 채취하는 모양입니다. 그 야자수는 정확히 새호라는 나무로서 그 열매가 달린 가지를 잘라 그 줄기에서 수액을 받아 발효 시켜 사구에르 술을 만들고 사구에르를 증류시켜 짭띠꾸스를 만듭니다.
사께우스가 권하는 짭띠꾸스를 반 컵 마시고 자이롤로에 있는 선배가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짭띠꾸스가 참으로 좋은 술이지만, 한 번만 더 증류를 시키면 정말 최고 술이 될 거라는......
그 선배는 업무상 중국출장이 잦았고 그 덕에 중국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솔래만에게 제의 합니다.
사구에르 대신에 짭띠꾸스를 넣어 한 번 더 증류한 술을 두 병 만들어 달라고......
그러고는 십만 루삐아를 꺼내 상의 윗주머니에 넣어 주었습니다.
솔래만이 많다고 사양을 했지만 사실 짭띠꾸스를 다시 한 번 증류 한다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요.
아마 그런 시도도 처음일 꺼라 생각됩니다.
솔래만의 짭띠꾸스를 만드는 술도가
용기로 쓰이는 대나무들이 보입니다.
나중에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 반색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최초로 시도되는 이 술에게 근사한 이름을 붙이자고......
대략 15m 정도를 바깥으로 돌아온 대나무 냉각 파이프를 통해 아래쪽 병에 짭띠꾸스가 담깁니다.
검은 원통솥에 사구에르를 담아 불을 때어 증류 시킵니다.
새호나무입니다.
어제 조사한 날로스 유역의 샛강인 또고모리 유역에는 정글거머리가 무척 많았습니다.
잠시 동안에도 팔과 다리, 그리고 옷에 붙어 있는 현지어로 “린따”를 떼어내었습니다.
피부에 붙어 있는 머리 부분을 세게 잡고 떼어내지 않으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잘 떼어내지 못하니 주변에서 떼어줍니다.
이들도 린따를 아주 싫어해서 잡으면 담뱃불이나 라이터로 태워 죽입니다.
조사를 마치고 강에서 험한 절벽을 타고 올라가니 정상에는 거의 평지가 펼쳐집니다.
한동안 걷다보니 산중에 집이 있습니다.
고부간인지 나락을 털고 있고, 어린 여자애 둘이 놀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양해를 구하고 점심을 지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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