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글 또소아 이야기

적도 인도네시아 정글 10 - 리붓강

수암11 2008. 1. 29. 13:06
 

사께우스가 잡아 튀긴 민물새우

 

 

제 처의 부탁으로 교회를 따라 다닐 때에도 설교시간에는 수련을 하다가도 찬송시간에는 따라 부르던 기억이 있습니다.


엇두루 나가지만, 비기독교 인으로서 수련하는 학인의 자격으로 기독교의 다락방이라는 공부에 수 개월간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느낀 기억으로는 성경에 참으로 놀라운 진리가 담겨 있다는 것과 결코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한참 어두우니 늘상 바로 자기 십상인데,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소화도 시킬 겸, 제가 찬송가를 부르자고 제의 했습니다.

제가 먼저 찬송가를 선창하고 돌아가면서 부르자니 다들 머뭇거립니다.

쑥스럽기도 하겠고 제가 몇 곡을 부르다 보니 찬송가의 곡조는 세계 공통인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 않나 봅니다. 저도 워낙 오랫동안 안 불러 봐서 제대로 아는 게 몇 곡 안 됩니다.

여러 번의 채근 끝에 합창을 들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아는 노래들을 조금씩 합창하고 있습니다.

열대 밀림의 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리는 경건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깊어가고 있습니다.


12월 18일은 여러 일들이 있었고, 제법 먼 거리를 이동한터라 피곤하기도 합니다.

먼저 아침 식탁에 민물대하(우당)가 7마리나 올랐습니다.

웬 것인가 했더니 새벽에 일어난 사께우스가 센떼르(렌턴)로 비춰가며 잡아 올린 것입니다.

먹기 전에 한 컷 했습니다.

다들 저만 먹기를 바라는 듯 권해도 먹지 않습니다.

저만 두 마리 손대고 점심 반찬으로 챙겼습니다.

지난 번 무롱노리를 4마리 키우는 집에서 니붓유역에서 채취한 돌을 보여 주기에 반색을 했는데, 유감스럽게 우리 조사 구역이 아니어서 아쉬워했습니다.

선배 조사구역이어서 이야기 중에 추천을 했더니 저더러 하라며 양보해 줍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지역에 일부러 포함을 시킵니다. 바로 그 지역을 조사하는 날입니다.

GPS로 우리 움막을 찍으니 의외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지도에는 대개 밋밋한 경로로 표시되어 있지만, 급사면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며 밀림을 헤쳐 마지막에는 수직 암벽을 만나 양손까지 사용하며 뒤로 내려갑니다.


우리가 항상 이동할 때에 선두는 리더 격인 솔래만이 앞장을 서고, 그 바로 뒤에 제가, 세 번째는 사께우스가 보호라도 하듯 바짝 뒤쫓습니다.

발밑에 하도 걸리는 나뭇가지나 뿌리, 미끄러운 진창길, 옷이나 모자에 달라붙는 많은 가시나무들 때문에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선두의 솔래만을 놓치고 맙니다. 밀림 안에 길이라는 게 거의 표시가 나지 않아 제가 머뭇거리면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도대체 그들이 어떻게 길을 아는지 선두의 솔래만은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가면 특히 제 때문에 후미에 오는 사람들이 수시로 처지는데, 어떻게 따라 오는지 신통하기 까지 합니다.

알렉스는 힘이 좋아서 항상 25kg짜리 쌀부대와 천막 그리고 개인 짐을 지고 맨 마지막에 따라 옵니다.

나이가 어린 30세의 욘은 보통 4번째로 따르는데, 오늘은 움막에서 대기입니다.


급사면이라도 오를라치면 금새 기력이 소진해서 다리가 풀립니다. 그래서 늘어진 나뭇가지나 뿌리, 작은 턱에도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기 일쑤이며 개울을 건너다가 미끄러운 바위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집니다. 다행이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워낙 제가 어설퍼 보이니 이들이 제게 여간 신경 쓰는 게 아닙니다.



작살창을 잡고 포즈를 취한 사께우스.\


2시간가량 걸은 후에 버려둔 지 아주 오래된 허술한 산막이 나옵니다.

이 산막에는 산돼지 사냥을 하는 커다란 작살창이 있습니다.



작살창의 끝부분 모습. 뒤가 허술한 산막의 일부입니다.


사께우스에게 창을 잡고 포즈를 취하라고 하고 한 컷 했습니다.

이 산막에서도 요란하게 들리는 물소리로 봐서 가까운 곳에 큰 강이 있나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쪽이 리붓강이라고 이야기 해 줍니다.

리붓강이 샛강과 합류되는 지점을 절벽 위에서 바라보니 장관입니다.


절벽 중간에서 바라본 리붓강을 가로지르는 천연 나무다리. 두 개가 겹쳐져있습니다.


제법 규모 있는 강을 가로질러 쓰러진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강을 횡단하여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난간도 없는 다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건넙니다. 아마 저 보다도 바라보는 헬퍼들의 마음이 더 조마조마 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강바닥 노두는 이전까지 봐왔던 시커먼 현무암과는 색조가 다른 암상을 보입니다.

 

 

합류지점에서 만난 작은 폭포와 소


몇 군데 샘플을 채취하고 하류로 내려갔는데 아주 근사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현무암의 검은 주상절리가 직벽을 이루며 강 양안에 수십 미터씩 서있습니다.


리붓강의 협곡 절경


아래쪽은 강자갈을 현무암이 덮어서 만들어진 현무암질 역암인데, 이들은 침식에 깊숙이 패여 유로를 형성하기도 하고, 현무암 주상절리를 따라 맑은 물들이 떨어집니다. 이 현무암 절벽 너머에는 역시 같은 주상절리 절벽이 서 있지만, 햇볕이 들고 나무와 풀로 덮여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하류를 따라 내려가며 금과 그나마 조금은 관련성이 있는 석영맥편들을 의외로 많이 줍습니다. 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30배율 확대경(루뻬)으로 보면 금과 동시에 수반되기도 하는 실제 황철석 같은 금속이 확인됩니다.


리붓강의 또 다른 협곡 절경


수직 주상절리 안에서 찍은 절경



하지만 현무암 절벽이 양쪽에 서있는 상황이어서 300여m가량 하류로 이동하다가 상류 지역을 우선 조사하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여기는 이전 조사지역에 비해 물도 맑고 풍부합니다.

그야말로 절경 가운데서 우리는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도 훌륭합니다.

바나나 잎에 밥을 쏟은 뒤에 민물새우, 닭튀김, 계란을 반찬으로 해서 인도네시아 전통식으로 씻은 손으로 밥을 뭉쳐 먹습니다. 물론 식기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이런 경험도 하게 됩니다.

샛강과 만나는 합류지점을 조금 지난 곳에 깊고 넓은 소와 작은 폭포가 있습니다.

이 소에서 알렉스는 이상한 미끼로 큼직한 민물새우를 낚습니다.

 

주상절리 아래 침식동굴입니다.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솔래만의 제의로 사께우스가 찍었습니다.


이 상류도 물이 비교적 맑고 바위가 많아 우리나라로 치면 근사한 관광유원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강바닥에서 횡재라도 한듯 석영맥편과 이들 성분이 주입되면서 변질된 샘플들을 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수심이 제법 깊은 곳을 우회하다가 아주 작고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샛강에서 사께우스가 몇 편의 석영조각을 주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솔래만은 석영과 이물질로 되어 있는 큼직한 덩어리를 주워왔는데, 육안으로도 반짝이는 금속광물이 보입니다. 양쪽을 동시에 조사할 수는 없는 터여서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했습니다.

사께우스가 찾은 쪽은 골짜기가 좁고 짧아 우선 조사하기에 조금 유리합니다. 그래서 그쪽을 먼저 조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상절리를 벗어난 강 모래톱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먼저 선두에 가던 알렉스가 작은 웅덩이에 손을 넣고 몇 번이나 움켜쥐기에 무엇인가 했더니 아주 큼직한 민물새우입니다. 그 작은 공간에서도 새우의 몸놀림은 무척 빨라서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잡습니다.

이 작은 골짜기는 경사가 몹시 가파르며 수 미터에 달하는 절벽도 여러 군데 있습니다.

우리는 진땀을 흘려가며 석영맥편을 계속 체크하며 상류로 올라갔지만, 거의 골짜기가 끝날 무렵에는 더 이상 확인되지도 않고 결국 찾는데 실패 했습니다.


시간이 제법 되어 돌아갈 길이 바쁘게 되었습니다.

지도상에서는 완만한 길이었는데, 끝없는 오르막길입니다. 저는 이 오르막길에서 탈진했습니다. 다리가 풀려 더욱 걷기가 힘듭니다. 평소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인가 봅니다.

정글은 일찍 어두워지는데다가 구름까지 끼어 있어 더 어둡습니다. 낮에도 찾기 힘든 길이 밤이 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탈진한 가운데서도 마음을 다잡습니다만, 비까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들도 자주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인지 몇 번이나 확인 후에 방향을 잡곤 합니다.


한 번은 주의를 주기에 보니 야자 잎으로 엉성한 울타리가 쳐있고 작은 통로가 있는데, 바로 산돼지를 잡는 덫이 설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인가 덫이 놓인 곳에서 사께우스가 주의를 하며 가라기에 무심코 지닌 지팡이를 내딛었는데,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덫이 지팡이를 물었습니다. 지팡이를 물은 덫 외부는 쇠로된 날카로운 가시가 돋혀 있어서 산돼지가 어찌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사께우스가 웃으면서 지팡이 끝으로 덫을 빼냅니다. 야생동물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덫입니다. 한 30분가량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면서 내려갔는데, 사람들이 지적하는 곳을 보니 한 40kg정도 되는 산돼지가 덫에 걸려 죽은 채 옆으로 자빠져 있습니다. 마음 아파했는데 사람들은 웃습니다.


땀에 다 젖어 오던 우리는 비에 젖어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어둠이 깃드는 정글에서 움막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지치고 심신이 고통스러웠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 상황이 뭔가 특별한 기회임을 막연하게나마 느낍니다.

힘들지만 스스로를 북돋웁니다. 건강을 되찾고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장식해야 하지 않느냐고?


오후 6시 반이 넘어 날이 거의 어두워졌습니다. 바닥의 실루엣을 따라 속보로 이동을 하다 보니 아침에 가던 길임을 깨닫습니다. 웬 찢어지는 새소리가 들리기에 보니 알렉스가 중닭 크기의 검은 새 다리를 거꾸로 잡고 있습니다. 아마 덫에 걸림 모양인데, 제가 풀어 주라는 제스처를 했더니 “마깐(먹는다)” 합니다. 무롱말래우라는 새인데, 저녁 먹을 때 확인해 보니 풀어 주었다 합니다. 모두들 도착하니 욘이 따뜻한 커피를 끓여 줍니다. 한 잔씩 마시고 아래 강으로 가서 젖은 옷을 빨며 목욕을 합니다. 와중에 저는 단 한 벌 뿐인 긴 소매 상의를 잃어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