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글 또소아 이야기

적도 인도네시아 정글 11 - 땀에,이슬에,비에, 강물에 젖어

수암11 2008. 1. 31. 19:39

 

강을 가로지른 천연 나무다리, 위에는 풀과 이끼가 잔뜩 끼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나만 잃어버려도 그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특히 잃어버린 긴소매의 상의가 없이는 모기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어서  가려움이 시작되면 감염과 불면증으로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게 됩니다. 여벌옷을 왜 준비하지 않았냐고요? 밀림에서 일주일 이상 다니려면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이슬과 땀과 비에 젖은 옷은 밤사이 널어놓아도 마르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한번은 속옷을 4일간이나 널어놓았는데도 목욕 후 닦은 수건 보다 더 젖은 상태입니다.

불가피하게 속옷까지 젖은 채 입고 다닙니다. 그러다보면 체열로 인해 조금씩 마르는 동시에 땀이 나면서 다시 젖게 됩니다.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밤중에 비가 내립니다. 원래 비를 좋아해서 어린 시절 비 맞는 것을 그리 꺼려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비에 젖으면, 말리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여벌옷이 없어서 맞는 비는 별로지만,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음악처럼 듣기 좋습니다.


아침식사에는 민물새우가 올라 왔습니다. 이런 귀한 음식을 자주 먹게 되니 너무 호사가 아닌가 합니다. 식사 후에 잃어버린 옷 이야기를 꺼냈더니, 사께우스가 놀라면서 허겁지겁 한참 떨어진 강으로 내려갑니다. 비가 제법 와서 수량이 불고, 물살이 세서 그 뜻은 고맙지만, 포기하고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올라오는 사께우스의 손에는 어젯밤에 잃어버렸던 제 티셔츠가 젖은 채 들려져 있습니다. 남은 5일간 일정의 어려움과 고통이 일거에 해소되는 순간입니다. 꾸린 짐을 풀어 목이 긴 새 양말을 꺼내 작지만 사례합니다.


조사지역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오늘 아침 움막을 그리로 옮기기로 했는데, 솔래만이 라면 두 개를 꺼내 농막 주인에게 보답을 하자기에 흔쾌히 응하면서도 그 마음씨에 감격합니다. 라면 2개를 농막 부엌 쪽 야자 잎으로 된 지붕에 끼워 둡니다. 모르는 사람 간에 얼굴을 대하지 않으면서 인정을 나눌 수 있어 참으로 흐뭇한 심정입니다.


식사 후에 도면을 펴놓고 우리가 조사할 유역을 검토해보니 도저히 이번 일정 안에 마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제 갔던 길이어서 어제의 행보 보다는 조금 낫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힘듭니다.

아침에 입은 젖은 옷은 두 개의 산을 오르내리니 마르면서 또 땀에 젖기 시작합니다.

40분가량 이동 후에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쉬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땀은 옷을 적시고, 얼굴에서 흐르는 땀은 턱에서 뚝뚝 떨어집니다. 손수건은 이미 흥건히 젖어 쥐어짜면 물이 제법 떨어집니다.


어제 힘든 일정 가운데 느낀 점들이 명료해집니다.

이번 3개월간의 행보는 제 삶의 복구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끝날 즈음이면 더 확연해 지겠지요. 물론 원상태대로 완전히 복구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생에 꼭 필요한 만큼의 부분복구이겠지요. 저의 복구프로그램에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 네 분의 헬퍼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세 분이 마침 비슷한 동년배이어서 더 그런 심증을 갖게 합니다.

이 복구프로그램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만, 안전과 생명에 대한 위험이 따르는 프로그램이어서 적용 시, 주도면밀해야 하며 잘못하면 치명적인 역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습니다.


어제 니붓강의 합류하는 지점 부근의 산막까지 왔습니다.

솔래만과 사께우스가 짐을 내려놓고 먼저 움막칠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절벽을 내려갑니다.

저는 GPS를 꺼내 어제 확인되지 않던 좌표를 다시 한 번 시도해 봅니다. 오늘은 웬지 위성 신호가 네 개나 잡힙니다. 도상에서 확인을 해보니 웬일입니까?

당초 생각했던 합류지점이 아니고 한참 상류인 합류지점으로 확인됩니다.

유역의 끝이 워낙 먼 거리여서 이번 일정에 유역 끝의 획인은 포기했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샛강 양안이 모두 절벽이어서 한참 올라간 곳에 조금은 완만하고 널찍한 장소에 움막자리를 잡고서 벌써 뼈대와 침상을 반 이상 만들고 있습니다. 굵은 나무는 바랑으로 쪼개기가 어려워 쐐기까지 만들어 번갈아 끼우고 있습니다.

움막이 완성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라면을 끓여 밥과 함께 점심을 먹는 동안 빗발이 거세집니다. 천막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습니다.


젖은 바지는 벗고 가인사롱을 아래에 걸칩니다.

여성들이 입는 치마가 편리한 점도 있지만, 불편함도 같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속옷과 티셔츠는 거의 마릅니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려고 욘은 벌써 빈 그릇을 여기저기에 갖다 놓습니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강물이 맑아지나 봅니다. 지난번에 조사한 뚱구네넹강만 해도 우리네 강물처럼 혼탁한데다가 하얀 거품이 줄지어 떠내려 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끓여 마십니다. 끓여도 누런 상태 그대로입니다.


헬퍼들은 샘플에 대해 저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일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거들어 주려 하지요.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느라 힘들 텐데도 잠시라도 짬이 나면 인근지역을 돌아다니며 샘플을 채취해 옵니다. 때로는 성가실 정도의 열정을 보이기도 하는데, 하지만 그 고마움에 전혀 내색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에는 밀림을 1km이상 떨어진 곳까지 다녀오기도 하는데, 특히 알렉스는 이 부분에 관한 한 가장 열정적입니다.

이들도 자신들 나름대로의 식견을 넓혀가고 있는데, 샘플에 물이 묻어 루빼의 불빛에 반사되면 아궁이에 넣어 말린 후에 다시 확인하곤 합니다.


밤에는 예전 늦잠 자던 습관이 남아 잠 못 이루고 뒤치다꺼립니다.

다들 잠든 후에 모처럼 만에 채약축기를 합니다. 한 이십 분가량 했을까? 가려움 때문에 중단합니다. 그러고 보니 밀림에서는 그간 가려움 때문에 긁느라고 제대로 수련을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주 조금이지만 적응되어 가고 있습니다. 머물렀던 산막이나 움막에서 주로 대맥과 소주천을 운기 합니다. 휴식할 때 짬을 내어 축기를 하노라면 사람들이 참을성 있게 기다려 줍니다. 하지만 밤에는 가려움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누워서 채약으로 전신주천 2분운기를 복습해 봅니다.


새벽에 잠을 깨니 모두들 일찍 일어나 있습니다. 저녁만 먹으면 어두워서 별도리 없이 자게 되는 습관이 생겨 모두들 새벽 같이 일어나 쏘길리나 우당(민물대하)을 잡으러 가기도 하지요. 저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평소 복습이 적은 오른쪽을 복습하고 일어나니 커피를 타줍니다.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하고 받아 마십니다. 제가 이 말을 자주 쓰는 이유는 우리말로 고맙습니다! 라는 깍듯한 의미가 그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주는 듯 합니다.

간혹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의 비속어를 먼저 가르쳐 그들이 오용하게 되면 스스로의 거울이 될 수 있으니 현지어 사용에 좀 더 신중해 집니다.


어젯밤 내내 조금 시무룩해 있던 솔래만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평소 같으면 새벽시간인데도 “나시고랭(볶은 밥)“ 이라면 내밉니다. 평시보다 조금 적은 양이었지만 요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략 두 시간이 지난 뒤에 또 밥이 나오는 것입니다.

아까 그게 새벽 간식이었나 봅니다. 저는 사양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 두 패로 나누어 탐사를 하자고 제의 합니다. 저는 흔쾌히 응합니다. 퇴적물 조사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하기에 여러 어려움들이 많습니다.

수심이 들쭉날쭉 하기에 발을 헛딛기도 하지만, 급류나 폭포, 수심이 깊은 곳을 만나면 우회해야 하는데, 우회하는 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 통상 절벽 주변을 우회해야 합니다.  우기여서 덜 마른 옷을 입고 출발을 하면 이슬에 젖고, 땀에 젖고, 물에 젖고, 마지막에는 비에 흠씬 젖습니다.


따라서 이동속도가 매우 늦기도 하지만,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힘이 듭니다.

그래서 사실 이번 일정에 한 유역 전체를 다 조사하지 못하고 남은 일부는 다음 일정으로 미루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솔래만의 제의가 더 반가웠지요.

하지만 솔래만의 생각은 물론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자신이 당초 목적지를 잘못 안내해서 혹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재 움막의 위치가 당초 계획보다 한 유역을 더 지난 것에 대하여 오히려 잘되었다고 표현했지만, 리더로서 책임감이 강한 그로서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밤에 웬일인지 일찍 잠 못 이루고 심각해하던 모습과 오늘 아침 제의가 그런 분위기를 풍깁니다.


점심을 챙긴 후, 저와 사께우스는 앞의 샛강 상류로, 솔래만과 알렉스는 하류로 내려갑니다.

욘은 오늘도 움막에서 대기입니다.

사께우스와 제가 가는 상류는 지난번 일부구간 답사를 하다가 도중에 작은 샛강에서 석영맥편의 퇴적물을 발견하고 추적하다가 실패한 곳입니다. 이번은 그 작은 샛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도중에 중단한 원류를 따라 올라갈 계획입니다. 지난번 조사되었던 지점까지는 별달리 조사할 필요가 없으므로 사께우스와 저는 빠르게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시간가량 뒤 그 위치에 도달해서 GPS로 체크를 해보니 역시 위성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GPS 안의 나침판을 보니 우리의 진로방향이 제 생각과는 다릅니다. 의아해 하면서 이동 중에 손바닥만 한 하늘이라도 있으면 계속 체크를 했는데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방향이 제 생각과는 계속 달리 동쪽으로 나옵니다. 나중에 GPS로 위치를 확인할 기회가 두어 번 있었는데, 제가 본류를 샛강으로 잘못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기회에 포기를 했던 최상류를 오류로 인해 답사하게 된 것입니다. 일단은 동측의 마지막 끝부분의 확인이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는 점심시간을 미루어 가며 행보를 막는 거대한 바위와 쓰러진 나무를 넘어 이동했습니다. 도처에 작은 폭포와 비경이 즐비했지만, 사진 찍을 엄두도 못 내고 보속을 높였습니다.


동에서 서로 흐르는 니붓강 상류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습니다.

GPS로 확인해보니 이미 조사 구역은 벗어나 있었고 험준한 합류지점의 절경만 확인하고 사진을 찍으면 소기의 목적을 훨씬 달성하는 겁니다.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 100m 정도만 올라가면 가능할 것 같아서 그런 제의를 했더니 사께우스는 비를 우려 합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사께우스의 제의를 받아들여 귀로 길에 오릅니다.

비가 제법 쏟아져서 온 몸이 다 젖습니다. 그 비 내리는 와중에도 아까 봐둔 지점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점점 갈수록 물이 불어나 유속이 빨라지며, 유량도 많아집니다. 바로 사께우스가 우려했던 것이 이것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계곡의 물이 급속히 불어나 위험성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저는 생각지 못했지요. 어쨌든 홈빡 젖어 나중에는 허리까지 차는 강물도 서슴지 않고 건넙니다. 혼자였으면 엄두가 나지 않을 곳이지만, 사께우스가 앞장을 서니 큰 부담 없이 나아갑니다. 마지막으로 허리까지 잠기는 곳을 지나니 우리 움막 바로 아래가 나옵니다.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사께우스가 가져온 비누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합니다. 강물이 한참 불어 이젠 흙탕물이지만 씻고 나니 상쾌합니다.

움막에 올라가니 솔래만 일행은 벌써 와 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니 솔래만이 채취한 샘플을 내어 놓는데, 바로 그간 꿈에 그리던 석영맥입니다.


강을 가로지른 다리 아래서, 비바람에 사진이 흐립니다.


그것도 강에서 주운 것 뿐 아니라 노두에서 따온 것입니다. 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니 옆에 있던 사께우스가 자축하지는 의미로 “미눔 짭띠꾸스(짭띠꾸스를 마시자)”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짭띠꾸스를 마시며 아궁이 불에 말린 석영맥을 들여다보며 흐뭇해합니다.


어젯밤에 여러 생각들과 오늘 탐사 과정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좀 더 확연해지는 것은 인도네시아 밀림의 3개월간 일정이 복구프로그램(물론 최소한의)이라는 것과 이전의 벨리즈행도 복구프로그램 혹은 예행 복구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복구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진중하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복구프로그램을 위해 심신양면으로 노고를 아끼지 않는 헬퍼들이 군 시절 유격장의 조교와 비견되기도 합니다.

여기를 떠나기 전에 ‘또소아 이야기’라는 소제목으로 사진도 넣고 프린트해서 전해주고 싶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물론 한글이어서 그들은 사진만으로 만족을 해야겠지요.


귀로 길에 머물던 생각은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이 ‘또소아 이야기’가 되던, ‘복구프로그램’이 되던, 아니면 부제로 ‘3개월간의 적도 인도네시아 정글이야기’이던 귀결이 있으려면 그나마 석영맥이라도 찾아야 스토리의 완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없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상 결코 과욕은 좌시되지 않으니 겸허하고도 하심으로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아울러 복귀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해야겠다는 것으로 한 달 반 가까이 지낸 시간 속에서 어느 정도 적응된 덕분도 있겠지만, 보다 더 능동적으로 임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채약축기를 하고 전신주천을 한 번 운기한 후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깼습니다.

점점 생각이 명료해지지만, 구태여 이런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실천에 옮겨야만 했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출출하기도 하고 잠이 더 올 것 같지도 않은데 짭띠꾸스 생각이 나지만 이미 다 마시고 없으니 간식거리라도 없나 찾는데, 욘이 일어나 커피를 끓여주고 과차를 꺼내줍니다. 자연 한잠들을 자고 모두 일어나 부산해집니다.


사흘째 비를 흠뻑 맞고 흙탕물이 흐르는 니붓강에 옷을 입은 채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합니다. 옷은 비에만 젖는 게 아니라 땀에 젖고 흙이나 검불이 묻어 내친김에  빠는 겁니다. 물론 다음날이라 해서 마르지 않습니다. 속옷은 사흘째 마르지 않고 있어서 아예 겉옷만 입고 다닙니다. 아침이면 아랫부분을 대충 짜서 젖은 옷을 입고 다니다 보면, 체열에 의해 조금씩 마릅니다.


오늘은 어제 솔래만과 알렉스가 샘플을 채취해 온 지역을 재확인코자 다리가 아픈 알렉스와 욘은 움막에 남고 솔래만과 사께우스와 함께 점심을 챙겨 출발했습니다. 리붓강을 따라 내려가면 지난번에 확인된 수직의 현무암 주상절리들이 양쪽으로 늘어서서 장관을 이루는 지역을 통과하게 됩니다. 물론 길은 전혀 없고 강을 따라 내려가는데, 처음에는 장화 안에 물이 들어오는 게 마뜩치 않아 얕은 곳이나 물속에 잠겨있는 돌들을 딛고 다닙니다.

장화를 신고 강을 다니다 보면 물속에 잠겨있는 징검다리도 곧잘 건너게 됩니다. 물론 지팡이가 아주 유용하지요. 보통 물속의 돌은 미끄럽지 않은데, 물 바깥의 돌이 물이끼로 인해 몇 번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물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해 보니 도상에도 없는 샛강입니다. 샛강 입구에는 석영맥편들이 포함된 퇴적물들이 눈에 띱니다. 조금 거슬러 오르자 현무반암의 전단절리를 따라 주입된 얇은 석영맥들이 보입니다. 작은 계곡인데다가 침식되어 노출된 노두가 적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포가량 헛품만 팔다가 하나라도 건졌다는 안도감이 앞섭니다. 시료를 채취하고 계속 오르니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작은 폭포가 나옵니다.


달리 길이 없어서 폭포 주변의 바위를 잡고 오릅니다.

작은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석영맥 퇴적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두 갈래의 개울이 합류되는 지점이 나옵니다. 또 양자 간에 택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샛강을 오르다 만난 폭포, 사께우스가 오르고 있습니다.


샛강을 오르다 보면 아주 작은 폭포들을 숱하게 만납니다.



사께우스가 한쪽 개울에서 큼직한 석영맥을 주워 오는데, 그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합류지점에서 잠시 쉬는 동안 둘러보니 꽤 괜찮은 샘플들이 많이 흩어져 있습니다.

짐을 벗어놓고 상류로 올라가면서 확인을 해보니 규모는 작지만 찾던 노두가 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채취한 샘플을 들고 합류지점으로 되돌아와서 라면을 끓여 식사를 합니다. 물론 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습니다. 빗발이 거세지면서 짐을 꾸려 복귀합니다.

비에 걷잡을 수없이 불어나는 강물을 의식해서인지, 산을 타고 이동하는데, 급사면을 두 번 오르내리니 예전에 비해 체력이 나아졌지만, 역시 기진맥진 합니다. 가다보니 현무암 주상절리가 절벽을 이루는 위쪽에 와있습니다. 다시 몇 개의 산을 오르고 골짜기를 건너 움막에 도착하는데, 온통 젖어 어쩔 수없이 빨래와 동시에 목욕을 같이해야하는 판국입니다.


내일은 또소아로 복귀하는 날입니다. 내일 또소아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삼일간을 걸어 왔으니 삼일간을 또 걸어가야 하는 거지요. 참! 점심식사를 하던 샛강의 합류지점에서 사께우스가 메추리알 보다 작은 새알 두 개를 찾아내었습니다.

 

허리춤도 안 되는 곳에 새둥지가 있습니다.



가까이서 찍은 모습


무슨 새가 허리춤도 안 되는 나지막한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놓은 겁니다.

이제는 이 사람들이 제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알고는 가급적 해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쏘길리와 우당(민물새우), 돌래르 말래우 알은 예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