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일지 초안을 쓰면서 속에 맺힌 게 많았나 보다.
적으면서도 저리 적었다가는 점검 시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리라는 명약관화한 것이어서 표현을 완화시켜 가다듬었으되 예측대로 여러 번의 이전 점검에 비해 후한 평가를 받았다. 다만 도외시해온 건강에 관한 부분은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신중하게 한 번 더 관심을 가지라는 당부가 계셨다.
2006년 11월 수암
그간 여러 달 이상 지지부진한 수련에 대해 노심초사 하는 가운데, 도반 분들을 포함한 주변 분들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문득 얻은 심득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 중에 하나로 스스로가 만든 견고한 틀이었다.
돌이켜 보면, 여러 경로를 통해 주위 분들이 조심스레 직간접적으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일이 아닌 양 무심히 지나쳤던 것으로 고백하건데 심득이 오기 바로 바로 직전까지 적어도 내게는 일정한 틀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간의 알량한 지식들로 무장된 나의 틀은 어떤 논리도 튕겨낼 수 있을 만큼 마치 금성철벽을 이루고 있었음을 깨달으며 자인하는 바이다.
두 번째는 채약이라는 단계에서 나름대로 수련 시간은 조금 늘렸는지 모르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인 정성이 사라졌던 것이다.
내 딴에는 수련시간을 늘리는 것만도 하나의 정성인줄 착각했던 곳이다.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인 줄 몰랐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원인이 당연히 있겠지만, 그 원인을 알고서도 당분간은 애써 고치고 싶지 않은 지난 어리석음을 다시 한 번 반성해본다.
세 번째는 알면서도 고치기 힘든 습이다.
마치 마른 솜에 물처럼 젖어드는 습은 극복의 대상으로서는 거의 포기상태라 할 만큼 어렵지만 적어도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람 중에 하나이다.
습에 있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서 다시 짚어야할 과제가 많다.
네 번째는 나 자신의 건강에 관한 것이다.
이런저런 빌미로 건강을 도외시 하고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스스로 느낄 정도로 좋지 못함을 인식할 정도지만, 수련을 빌미로 육신을 혹사해 왔다.
심기쌍수라는 표현처럼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님에도 스스로 만든 틀 안에 갇혀서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미혹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쌓은 틀에서 비롯된 심고가 수련에 있어서 많은 저해요소로 작용되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느끼는 부분들이 또 다른 틀을 만들고 그 새로운 틀이 발목을 잡을지언정, 이제는 망설임과 두려움을 떨치고 과감히 발걸음을 내 디디련다.
약간의 득의가 다소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수련 과정에 있어서 아직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간 수련진척에 대한 집착의 여파인지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는지는 좀 더 고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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