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관련

스스로를 돌아보며

수암11 2006. 11. 15. 16:13
 

스스로를 돌아보며


2006년 11월 15일



채약에 들어와서 여러 달 동안 좀 더 수련시간을 늘인다고 내 딴에는 생각을 했는데 거의 수련진척이 없거나 오히려 뒷걸음을 치는 것이었다.


그간의 수련의 흐름으로는


‘하는 만큼은 간다.‘

’수련의 어느 것도 결코 헛되이 소모되지 않는다.‘


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지만, 10여개 월이 넘도록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나로서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원초적인 부분부터 체크를 하면서 주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몇 가지 내린 결론은 주위에서 예전부터 지적을 받은 나 자신의 강한 틀을 깨는 것이었고, 불필요한 습을 제거한다거나, 앞만 보고 달려온 수련의 앞 과정을 좀 더 충실히 다져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당장 개선이 필요할 듯한 몇 가지는 나름대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련의 진척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틀을 깨뜨린다는 설정은 잡았지만, 도대체 내가 무슨 틀을 지니고 있는지 조차 짐작을 못한 터이라 틀 하나만으로도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도리가 없어서 터놓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내 감정을 거슬리는 것을 더 우려 했음인지 아니면 갑작스레 뜬금없는 소리여서인지 당장에 답변은 듣기 어려웠다.


스스로 짐작조차 못하는 어떤 틀이 도대체 내게 있는 건지 시작부터 벽에 부딪쳤다.


하지만 의외로 기회는 왔다.

이러한 자신의 문제를 주변 사람들과 털어놓는 과정에 나 스스로가 시도한 모든 부분들에 대해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 스스로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의 변명으로 이어졌지만, 결국 대화 상대자는 그걸 끄집어냈다.

나와의 대화에는 커다란 벽이 있어서 어떠한 말도 다 튕겨낸다는 것이다.


그간 찾고자 했던 해답이 엉뚱한데 있었던 것이다.


그간 보고 듣고 지녀온 알량한 지식들이 결국 내가 만든 견고한 틀이었던 것이다.

알량한 지식들이 하나하나는 소중하고 귀감이 되는 말인지는 모르나, 그들이 뭉쳐서 만든 틀은 또 다른 의미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알량한 지식들에서 비롯된 자만 혹은 오만으로 무장된 사고방식이 훌륭한 방호벽 역할을 하면서 겉으로는 짐짓 걸림이 없는 자유인을 표방했던 것이다.

부끄럽고도 어처구니없는  금성철벽의  틀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돌아보게 되자 그간 지녔던 틀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를 대변해주는 말이 떠오른다.


스스로와 주변의 복잡한 일들로 인해 심고가 끝이 없이 이어질 때 문득...


‘약간의 해소나마를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금 한순간은 죽음조차도 호사’


라는 극단적인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물론 어려움이 따르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으되 누구라도 일시적으로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여러 시간 동안 뇌리에 벗어나지 않던 생각들은 견고한 틀에 기초한 강한 반발이 아닐 수 없다.


저러면서 수련을 한답시고 떠들고 다니고, 수련을 이어온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다.


주변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깨닫지 못할 심득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틀을 찾았으니 시간을 두고 깨나가면 언젠가는 분명 해소될 것은 자명하다.



남은 문제는 수련과 관련된 부분으로서 나름대로 단전에 충실하고자 이러저러한 다양한 시도를 여러 달에 걸쳐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꼭 꼬집어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찾아내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결과는 분명히 무언가가 부족함이 있기에 생겨난 것으로 애써 자신을 돌아보고자 했다.



11월 13일 귀갓길 차안에서 이 문제에 모색을 하던 중, 수련 가운데 핵심인 정성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산적해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에 빠지다 보니 꾸준히 수련은 이어지지만, 이도 일종의 매너리즘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아무리 중요하게 취급해도 부족한 것 중에 하나는 습이다.


돌이켜 보면 습은 마약중독과 다를 바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매일  한순간도 빠뜨리지 않고 습을 만들고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 경우를 빗대어 하는 표현이다.


‘습은 끝없이 시도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이러한 글들은 어쩌면 무가치한 말잔치로 치부될 수도 있으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또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러나는 허물보다는 감춰진 허물이 더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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