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신
수경신(守庚申)은 경신일마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세우는 도교에서 나온 습속이다. 삼시충(三尸蟲)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가 사람에게 기생하면서 그 사람이 지은 악행을 천제에게 일러바치는데 경신일 잠든 틈을 타서 일 년에 여섯 번 있는 경신일에 보고한다고 해서 육경신(六庚申)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수명은 원래 120세인데 이 벌레가 경신일 일러바친 죄과만큼 수명을 감하여 점차 수명이 줄어듦으로 잠을 자지 않는 게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에서 ‘수경신‘을 검색하면 기사가 뜨는데, 많지는 않으나 밤을 그냥 새우는 것이 아니라 술이나 연회를 베풀거나 흥을 돋우는 여자들까지 끼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불교의 습속 가운데에는 우리의 전통신앙과 결부한 사례가 더러 있는데, 칠성신앙, 산신신앙, 십왕신앙 등이며 도교와 융합하여 불교수행의 한 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일부 증산교단에서도 수경신 풍속이 확인되고 있으며, 민간에서도 특별한 비방인 양 알게 모르게 행해졌다.
대략 15년 전 현재 지방에서 우리 수련을 하고 있는 분과 속초에 이리 있어서 동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서 속초까지 현재처럼 길이 잘 뚫린 상황이 아니어서 왕복 10시간가량은 걸린 듯했다. 두 사람의 코드가 잘 맞아서 내내 대화는 끊기지 않았고 수련과 관련된 내용이 이어졌다. 그 분은 불교와 인연이 깊었는데, 꿈속에서 처음 가는 동네에 자리한 절간의 대웅전 뒷면에 탱화가 그려져 있지 않고 동네 모습이 보이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에서 깨어나서도 하도 기억이 생생하여 주말에 가족 동반하여 꿈속의 기억을 더듬어 파주 어느 지역을 찾아갔다. 처음 가는 낯선 곳이었지만 그 꿈속의 절간을 찾아냈고 본당의 뒷면이 탱화가 없이 통유리가 끼워진 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주지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생과 인연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다. 이후 몇 차례 더 방문하였지만 인연이 다하였음이었는지 다시 찾지 않게 되었다 한다. 그 분은 여러 차례 선몽(先夢)을 꾸는 일이 많았는데, 가령 꿈속에서 낯선 손님을 맞이하게 되면 다음 날 도둑이 들거나, 삶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사람을 꿈속에서 미리 만나기도 했다.
일을 마치고 미시령을 넘으려 언덕길을 오르는 초입 좌측에 당시 주유소가 있었다. 길을 가로질러 그 주유소 옆길을 타고 들어가다 보면 완만 구릉지가 펼쳐져 있고 구부러져 조금 더 가다보면 절이 하나 나온다. 불교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절간에서 행하는 의식에는 맹탕이어서 주저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다독거려 주었다.
여기서 만난 분이 당시 93세가량의 노비구니였다. 지금도 그 정도면 적지 않은 나이인데, 그 분은 3일째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 금식기도 중이어서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셨다. 이 분이 바로 육경신 공부를 마친 그 세계에서는 아주 뛰어난 스님이었다. 잠시 살아온 일을 묻다가 다른 방에 다녀오시더니 ‘00애비 거기가 경치는 좋은데 찾는 물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었다. 같이 동행한 그 분이 광주 우치공원 쪽에 지하수를 개발한다고 애를 먹고 있어서 사정을 말씀드린 모양인데, 다른 방에서 잠시 영안인지 도안인지를 열어 땅속을 보고 와서 해주는 말이었다.
이 분이 금강산 장안사에서 육경신 공부를 한 분이었다. 당시 사십여 명의 수도승이 육경신 공부에 참가를 했는데, 유일하게 이 분 혼자서 관문을 넘은 것이었다. 불가의 육경신 공부는 일반과는 달리 첫날 경신일은 하루를 새고 갈수록 하루씩 더 늘어나는데 마지막 경신일은 총 6일간을 잠자지 않고 수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노비구니 아래에 있는 주지가 예전에 육경신 공부를 하다가 말았는데, 한 3일을 자지 않으니 정신이 혼미해져서 이리저리 부닥쳐 온 몸에 생채기가 생기고서도 아픈 줄을 몰라 곯아떨어지는데 결국 중도에 그만 두었다 한다.
그 공부가 끝나고 나면 도력이 생겨나는데 뛰어난 법력을 지닌 사람들 간에는 서로 간에 법력을 시험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서로 손 안에 든 콩을 빼앗는 시험을 겨루기도 하며 당시 상대했던 유명한 스님 가운데에는 성철스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다. 그 스님의 법력은 워낙 뛰어나서 일대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동남아 여러 지역에서 친견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였다. 특히 선거에 때맞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절간에 걸린 2만 원짜리 벽시계는 그 지역 당선시장이 찾아와서 읍소하기에 벽시계 하나 기증하라는 답을 듣고 기증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차점자로 떨어진 후보자가 다음을 기약하고 벌써 예약이 들어와 있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도 나중에 들려주었다.
이 스님과의 인연도 먼저 꿈에서 시작되었다. 꿈에 우물 속에 빠졌는데 다소 젊은 남자와 나이든 여자가 와서 구해주었다. 직장예비군인데도 불구하고 홀로 동원훈련을 받으러 간 곳이 바로 주유소 옆의 구릉지 일대였다. 여러 날 머물면서 만나게 된 인연이 다소 젊은 남자는 절의 주지였고 나이든 여자는 바로 노비구니였는데 만나자 마자 꿈속에서 만난 인연을 알아봤다.
그 스님에 얽힌 이야기는 너무도 많아 당시 속초를 왕복하는 승용차 안에서 내내 그 일화를 들었다. 후학들 가운데 그 스님의 도력을 알고 잇고자 육경신 공부 한 이가 없지 않은데 마지막 육 일간을 내리 잠을 자지 않고 해야 하는 통에 모두 도중에 포기했다는 일화를 들었다.
경신공부는 신이한 능력을 갈구하는 염원과 함께 민간신앙으로 자리 잡아 유불도를 가리지 않고 융합되었던 공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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