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즈

분주한 한 주

수암11 2008. 6. 1. 10:45

분주한 한 주


05.04.23 09:09


14일 목요일 중국인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을 중국인들이 독점하고 있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문을 닫으면, 생활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용을 알고 본 즉, 오렌지 워크에서 중국인 여자임산부가 30만 불 가량 되는 돈을 은행에 예치하러 가다가 복부에 칼에 찔려 태아와 함께 현장에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항의 표시로 문을 닫았다는군요.

현지 중국 방송에서는 24시간 이슈로 난리를 치는 바람에 재조사가 시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항간의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서 중국인 4명이 칼과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여기서는 흑인과 중국인들 간에 사이가 아주 나빠서, 아주 앙숙 같은 관계랍니다. 유독 중국인들은 흑인들을 얕잡아 보고 한다는데, 또한 흑인들도 중국인을 치노라고 하며 무시한다는군요.

두 인종 간의 사이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단적인 예로 시골에 사는 그나마 조금 순진한 현지인부 자밀 마저도 중국인 임산부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굿‘ 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입니다.


여기 먼저 와 있던 분들의 조언에 의하면, 치노라는 단어 속에는 얕잡아 보는 의미가 있으므로 행여나 한국인들에게 치노라고 물으면 단호히 부정하고, 한국인임을 얘기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슈퍼마켓과 식당을 운영하며, 그들이 벌어들인 돈을 축적해서, 좀 더 잘사는 나라로 이주하는 경향이 있는 터라 벨리즈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어떤 중국 슈퍼마켓에 가면, 입구에 쇠창살을 고정시켜 놓아 강도에 대비하는 곳이 눈에 띠기도 합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 치안이 어지러울 때에는 더 많은 범죄들이 있었고, 벨리즈 시티는 아직도 일부 외국계 여성들에게 있어서, 두려운 기억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총기휴대가 쉽고 중국인들이 대부분 지역에서 현금장사를 하다 보니 중국인들의 피해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중국인들은 어느 나라에 살건 단합이 잘되는 민족으로 그들의 의사를 예전에도 그런 식으로 했던 모양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직원 분의 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 와중에 벨모판에는 개인에게 넘겨진 전화국이 국가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업 탓으로, 일주일이상 벨리즈 전체의 전화가 불통일 뿐 아니라, 덩달아 인터넷도 되지 않으며, 거기다가 수돗물도 공급되지 않고 있어서 야단입니다. 전기도 슬그머니 수시로 중단되기도 합니다.

마운틴 파인리쥐 업무 지원으로 벨모판으로 갈 일은 늘었지만, 인터넷이 안 되니 소식을 전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 오두막이 있는 오거스틴에도 토, 일 양일간에 걸쳐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이든 동료 한분이 월요일부터 계속 입원한 탓으로, 시추작업의 지원은 제 몫이 되었습니다.

기름이나 자재를 운반한다거나, 자금을 타온다거나, 측면지원은 모두 제가 할 일입니다.

덕분에 15일 금요일 이후부터 벨모판을 왕복하면서, 여러 히치하이커들을 태웠습니다.

히치하이커 중에 인상적인 사람은 중국인 댐 공사에 참여하는 인부들을 제외하고 유일한 마운틴 파인리쥐 고객이 한 분 있는데, 마야인의 피가 섞인 것 같기도 한 메소티조 여인으로서, 인적이 끊어진 비포장도로 가운데서 늘 차를 세우는데, 어린 아이를 둘 데리고, 짐을 잔뜩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요. 산중에 웬 여인이 차를 세우다니! 나중에 알고 보니, 주도로에서 한 1마일 가량 덜어진 산 미구엘이라는  곳에 사는 여인으로 거기에는 세 채의 집이 있고, 사람 사는 곳은 두 가구 인듯한데, 벨모판이나, 까요로 외출을 자주 다니는 듯 했습니다.

한 번은 벨모판에 내려 줬는데, 몇 시에 돌아오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제 차를 타고 올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21일 목요일은 벨모판에 가면서 태워줬는데, 오는 도중, 5자매 폭포 근방에서 만나 집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짐을 잔뜩 지니고 있으니, 안태워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내릴 때는 ‘당크(Thank)‘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그게 차비입니다^^;;;


벨리즈에서 결국 출혈이 멈추지 않아 구멍이 난 두 군데 부위의 위 절제 수술을 받았던 직원은 회복세를 보이자 까요의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까요 병원의 하루 입원비가 125불인데 비해 벨리즈 시티에서의 입원비는 5,000불이기 때문입니다. 수술비는 6천불 가량, 3일 간의 병원비가 2만여 불이나 되었는데, 간병을 맡았던 현지 인부 자밀은 2,000불 소리에도 자신은 돈이 없어서 그냥 죽어야 한다는 시늉을 몇 번이나 해대었습니다.


까요로 돌아온 날 자밀의 친구 한명을 간병인으로 두고 금요일은 현장작업을 재개했습니다.

토요일은 오두막에서 쉴까 했는데, 까요장도 봐야하는데다가, 수도꼭지 부분에 이상도 생기고, 발전기도 고장이 나서 이들 수리를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내다가, 결국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저녁에 벨모판 숙소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는 좀 출출하여 동료 몇이서 당그리가 방향의 선술집에서 벨리즈산 벨리킨 맥주를 몇 병 마셨습니다. 여기에도 그런 선술집에 일종의 노래방 기계가 있었습니다.

별도로 시디 보관함이 있었고, 거기서 선곡을 하는 모양입니다.

노래는 거개가 스페인 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일요일은 까요에 단체로 병문안 후, 마운틴 파인리쥐 안에 있는 리오 온 풀 폭포를 구경했습니다. 제가 안내를 맡아 동굴터널도 구경 시켰습니다.


오는 도중에 영화 ‘대부’ 감독을 맡았던 사람이 하는 레스토랑에 들러 벨리즈에서는 처음으로 발견한 생맥주를 마셨습니다.

레스토랑이라 해서 술과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굉장히 넓은 터에 정원과 여러 채의 오두막들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일종의 호텔인 셈이지요. 소문이 나서 그런 것인지, 주말이라 그런지 외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이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을 사람들의 간청으로 회사 디지털 카메라를 휴대하고 있던 제가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참 제가 십이경락의 마지막인 우측 간경을 끝내고 이분운기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여러 부산한 일들 때문에 제대로 수련할 겨를이 없습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여러 고비를 넘기며 이 병원 저 병원으로 급박하게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다가, 여러 번의 혼수상태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이 의외로 쉽게 죽음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기에 부축했는데, 아래로 피를 반양동이나 제 발등위에 쏟아내기도 하고, 혼절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앰뷸런스를 제가 두 번이나 타봤습니다.

병원에 하루 두 번 가량 방문한다던가, 입원한 환자가 하던 업무의 빈자리를 제가 채워야하고, 여기 오두막 뿐 아니라, 벨모판의 남은 동료에게도 빈자리를 제가 메워줘야 하는 입장인지라, 생각날 때마다 의수단전이나, 잠간씩 몇 경락만 운기 복습을 하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조금 힘든 시기에는 언제나 한당선생님 남기신 글을 떠올립니다.


“......오늘 하루를 살다가 죽을지언정 수련을 열심히 하고 춥고 배고플지라도 참으로 밝게 웃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라. 하늘이 무너졌다 하더라도 무력해지지 않는 천하도인의 활력을 가져라.”


어쨌든 제 글은 두서가 없어집니다..ㅠ.ㅠ


어쨌든 출혈이 멎지 않는 위를 절개해 내고, 고비를 넘기고 난 뒤, 무사히 퇴원을 했습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저도 여기 와서 몸살감기에 걸렸습니다.


참 벨모판 숙소에 식구가 늘었습니다.

벨모판 뒤뜰에는 몇 그루의 코코넛 나무가 있는데, 그 중 한 그루는 죽어서 고목이 되었습니다. 그 안에 새가 구멍을 파서 둥지를 틀었습니다. 딱따구리 종류 같은데, 알을 낳았는지, 암수가 번갈아 집을 지키면서 먹이를 구하러 다닙니다.

우리가 구경이라도 할라치면, 머리를 내밀고 경계를 합니다.

코코넛 얘기가 나온 김에 여기 사람들은 거의 먹지를 않습니다. 땅에 떨어져도 말라 비틀어져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워낙 흔하니, 눈길을 주지 않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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