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천국
05.04.14 10:20
벨리즈가 말이나 개들의 천국이란 말씀을 드린 적이 있지요.
그 말을 수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거스틴에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대로변 중앙에 뒤로 발라당 누워 차가 다가가도 그대로 있는 개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좀 더 지나보니 결코 끝없는 자유가 좋은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아열대 지방의 나무들이 계절의 큰 변화가 없다보니,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나무에 비해 속이 무르듯이, 벨리즈에 사는 이들도 계절적 변화가 없고, 덥다보니, 남자들은 윗통을 벗고 바깥 처마 밑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광경을 항상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일거리가 거의 없고, 생명이 붙어 있으니 다만 살아가는 무의미한 삶의 일면이 엿보입니다.
일견 늘 긴장감 없이 편한 듯하지만, 사실은 평생을 그리 무료한 삶을 살다보니 조로하기 십상인 모양입니다.
개들도 한국처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거나, 학대를 받거나 하는 다양한 외부 자극으로 인해 삶의 긴장감도 유지되고 한편으로는 건강에도 유익한 면이 있지만, 여기에 있는 개들은 전혀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므로 해서 늘 무료한 생활을 하는 듯 합니다.
물론 제 안목으로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지만, 길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비루먹은 개들을 보면, 전혀 긴장감도 찾아 볼 수 없고, 무관심 속에 소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끔 도로 가운데 차에 치어 죽은 개들은 사람들의 무관심 가운데, 독수리들만이 관심을 가질 뿐입니다.
반면에 인구가 적다보니, 시골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간, 혹은 차량과 사람, 차량과 차량 간에는 검지를 세워 인사를 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이때 중지는 약간 꺾습니다. 당연히 모두 낯선 사람들에게 하는 거지요. 낯선 길에서 얼굴이 시커먼 여러 명의 크리올(Creole)인(아프리카 노예와 영국이주민의 혼혈 자손)과 마주쳤을 때 검지를 하나 치켜들면 그들의 친구로 받아들입니다. 낯선 사람들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워낙 인구가 적던 시절의 사회적 환경에 따른 관습이 아닌가 합니다.
보다 더 적응이 된 메노파 교도들은 좀 더 인간미가 넘칩니다.
언덕길에 짐을 실은 마차를 끌고 올라 갈 때에 마부만 남고 탑승한 모든 인원들이 내립니다. 말의 수고로운 짐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이지요.
그들은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자연을 사랑하면서, 한편으로 즐기며, 동화되어 살아가는 듯 합니다.
지난 주말은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예전 갔던 당그리가로 바다낚시를 갔었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낚시에서 고기를 세 마리나 낚았습니다. 작은 한 마리는 도로 돌려보냈고...
릴낚싯대에 전해지는 입질을 포착하여 당기면 되더군요.
제 스케줄 때문에, 당그리가 시내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부두로 사용되는 잔교 끝에서 낚시를 조금 더하고 끝냈습니다.
인상적인 고기는 곰치라는 것인데, 처음 장소에서 잡았습니다. 바다로 뻗은 돌무더기 위에서 낚시를 하는데, 그 바위 틈바구니에서 바늘에 달려 올라온 고기들을 넙죽넙죽 채먹는데, 낚시 바늘도 부러지고 휘어지는 힘을 가졌습니다. 같이 간 부산 출신의 낚시고수가 작심을 한 듯, 굵은 나무에다 굵은 낚싯줄 두 겹으로 잡은 작은 고기를 미끼로 바위 틈 사이에 줄을 드리웠습니다. 금새 낚아채는데, 그 힘 줗은 곰치도 당할 수 없었는지, 끌려올라오는데, 얼마나 이빨이 날카롭고, 버티는지, 고수낚시꾼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느꼈는지, 결국은 죽여서 아이스박스에 담았습니다.
잔교 끝이라 해도 워낙 수심이 낮아 어른들의 가슴깊이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같이 간 일행 중 한분은 벌써 경험이 있는 듯, 잔교 주위에서 수영을 즐깁니다.
벌써 해안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해수욕을 즐깁니다.
주방일 하시는 아주머니도 더위에 바닷물을 보고 참기 어려웠는지, 해안가에서 물놀이를 합니다.
여기 주방에서 일해주시는 아주머니를 위해 캐러비안베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아주머니의 따님에게 인터넷으로 전송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여기 바닷가에서 흔한 펠리칸은 깃털이 갈색계통에서 흰색이 섞여 있는데, 색상이 고풍스럽습니다.
그들은 바다 속의 물고기를 발견하면, 수직으로 급강하 하면서 머리부터 물속으로 처박습니다. 그 정도의 속도이면, 머리가 부서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속도입니다.
크기도 제법 큰데, 여러 마리가 편대비행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장관입니다.
어떤 제비갈매기는 검은 색에 너무 커서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펠리칸 보다 훨씬 커 보입니다. 반면에 여기 독수리들은 이들에 비해 훨씬 적어 보입니다.
부산했던 주말의 복잡한 일들은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마운틴 파인리쥐에서 일하던, 저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드릴러 분이 벨리즈 시티에 입원해 있습니다.
며칠에 걸쳐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습니다.
심한 출혈로 위장 일부를 제거했습니다.
여기는 피가 별로 없어서 처음으로 헌혈을 하고 왔습니다.
한 번에 450cc나 뽑아내더군요.
나중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현장작업은 중단되었고, 지금은 간병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또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벨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일 저런 일 (0) | 2008.06.01 |
---|---|
분주한 한 주 (0) | 2008.06.01 |
4월 첫째 주, 휴일. (0) | 2008.06.01 |
온양 복습을 하며-한당 선생님에 대한 추억2... (0) | 2008.06.01 |
온양 복습을 하며-한당 선생님에 대한 추억1.. (0) | 2008.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