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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 실조증 극복기 Ⅱ

수암11 2010. 12. 30. 02:05

자율신경 실조증 극복기 Ⅱ

12/29

 

극도로 쇠약해져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을 즈음 우려하던 일이 생겼다. 92년인가부터 한 십년을 분당 살 때 가까이 지내던 이웃들이 두 집 있었다. 20년 가까이 매달 모임을 갖다시피 하다가 내가 장기출장 이후로 조금 뜸했는데, 우리 집에 모이자는 것이었다. 사람을 한번 사귀면 깊이 사귀는 터이라 깍듯이 형님으로 모이는 두 분이었는데 우리 집에 오셔서 내 몰골을 보고는 크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어찌 할 수 없어서 몇 번의 다짐에 따르겠다고 하고는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이후로 수시로 전화를 하셔서 시시콜콜 확인을 하시는데 조금은 성가실 정도였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산보였다. 집 앞에 바로 야트막한 뒷동산이 있어서 한걸음 한걸음씩 천천히 발을 옮기며 조금씩 거리를 넓혀가며 다녔는데, 그 가운데 한 일은 언급한 일갈법을 적용해서 기합을 넣는 일이었다. 목소리에 힘이 없어서 기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연습하는 가운데 기합소리가 다듬어졌다.

 

후배 논문을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기합과 관련된 것이어서 기합이 자율신경을 각성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산길을 올라도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오르면서 몇 걸음에 한 번씩 기합을 넣곤 했는데, 가만 보니 성가시게 기합을 넣을 것이 아니라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되는 것이었다. 기합만큼 효과는 조금 덜할 지라도 부르기 좋은 노래를 목청껏 부른다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이 없을 때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발성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슴을 쭉 펴줘야 한다. 명문부위가 앞으로 나가도록 엉덩이를 뒤로 빼고 가슴을 펴주면 명문에 힘이 들어가면서 상체가 반듯하게 되는데, 복부가 개방이 되면서 폐활량이 훨씬 커진다. 그리고 단전을 의식하며 한껏 발성을 하는데 두성과 흉성도 상관이 없다. 소리요법이라는 논문도 있듯이 발성되면서 나오는 소리가 진동과 내부 장기와 공명을 일으켜 그 효과는 배가된다. 워낙 살이 빠져 목젖 일대가 허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효과는 아주 만점이었다. 한자락 노래를 하고 산을 내려오면 정신이 아주 쇄락(灑落)해지며 체증이 뻥 뚫렸다. 얼마나 신통했는지 좀 더 연습을 해서 노래자랑이나 나갈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른 한 가지는 다리에 힘을 붙이는 일이었다. 다리에 힘이 생기면 정신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수련 가운데 행공만큼 좋은 것이 없다. 연속행공 개념이 없을 때 어려운 삼행공을 자세를 아주 낮춰 한 때가 있었다. 자세를 최대한 낮춰 하게 되면 화진법의 경우는 한 번만 제대로 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당시에 하도 힘이 들어서 ‘행공하다 죽자’ 하는 심정으로 빡세게 했는데,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조금만 더 하면서 버티었는데, 종국에는 힘든 무릎부근에서 하얀 빛이 보이면서 무난하게 넘긴 적이 있었다.

 

행공을 최대한 어렵게 하다 보면 극한의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씨앗이 심기는데, 바로 희망의 씨앗이오! 나의 밝은 미래의 씨앗! 심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행공과 유관한 특별한 효과에 대해 언젠가 언급했듯이 ≪참장공(기마자세) 하나로 평생 건강을 지킨다≫(정민영, 2001, 명진출판) 이라는 책이 나와 있을 정도이다.

속담에 ”사람은 다리, 나무는 뿌리“, 뿌리가 깊어야 잎이 무성하다. 사람은 다리부터 늙는다고 하였다. 즉 사람의 하지(下肢)는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인체의 기초가 튼튼해야 안전하고 구조가 오래 유지되듯이 사람도 하지가 튼튼해야 몸이 건강하다 하였다.

그래서 힘들게 하다 주저앉을지언정 최대한 낮은 자세에서 행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뒤 점점 다리에 힘이 붙기 시작하고 평시에는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도반들이 때가 이르니 수시로 전화를 하면서 도장에 나오기를 종용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수련은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불어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한동안은 그 후유증으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았으나 적어도 자율신경 실조증 만큼은 사라질 정도의 건강을 회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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