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 실조증 극복기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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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도인가? 70년대 중반인가? 열독한 책 가운데 수련과 관련된 책이 있었다. 내용 중에 6초간 마시고 6초를 유기하였다가 6초간 내쉬는 호흡을 하라고 했는데, 잊지 않고 천 번을 하면 차력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약차력이나 신차력, 구리차력, 수차력 처럼 다른 힘을 빌리는 게 아니고 순전히 동양수련의 진수인 자기최면의 극치 중에 하나라 하였다. 숫자를 세다가 도중에 잊어 먹으면 새로 해야 한다니 시도는 하겠지만 5시간 이상을 해야 한다니 언감생심 꿈꿀 일은 아니었다. 60년대 말에 뒷집 할아버지한테서 배운 단전호흡을 한동안 해본 터이라 잊지 않고 한다는 게 웬만한 노력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 책 가운데 차력으로 팔뚝이나 목거죽에 쇠꼬챙이로 뚫어 바게스에 물을 가득 담아 걸고 돌려도 아무 탈이 없다니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았다. 당시 그 책에 ‘일갈법‘, ’응시법‘, 관념법’ 등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일갈법은 한 발을 내딛으면서 기합을 지르는 것이었으되 익숙해지고 소정의 단계에 오르면 나는 참새도 기합으로 떨어뜨린다고 하여 단전에 힘을 주는 단전호흡과 함께 제법 연습하던 기억이 있다. 응시법은 아무 물건이나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연습이었는데, 익숙해지면 관념법을 통해 관념으로 상을 만들어 의념 수련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니 하고 기억만 하고 있었는데, 우리 도법을 만나 상을 만든다는 게 선입견으로 인해 심마에 빠질 수 있다하여 금기시 하여 엄두를 내지 아니하였다.
며칠 전부터 약간의 심득이 있어서 욕심을 내지 않고 조금씩 수련에 적용해 보았는데 마음이 앞서지 않고 그냥저냥 해보니 의외로 수련에 재미가 있다. 채약을 한 오년 가량 하면서도 단전기감을 별반 느끼지 못했는데 이 경우는 즉각 반응이 온다. 별반 하지 않던 대맥을 돌려도 팽팽히 조여 온다. 정규 수련 이외에도 잠시잠깐 집중을 해도 그 느낌이 그대로 온다. 하지만 마음이 앞서서 막연한 상을 그려 수련이 엇두루 나갈까 주변에 권하기는 어렵다.
우리 수련을 하게 되면 진전과정에 마음이 동시에 닦이는 수심(修心)공부가 병행하게 된다. 이러한 수심은 스스로가 만든 틀이 강할수록 공부가 쉽지 않다. 들은 이야기로는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수심의 한계가 10이고 10.5이 극한 이어서 10.5의 강도로 오게 되면 자살할 정도라는데, 꼭 오는 수심이 10.2 ,3 정도로 와서 죽지도 못하고 그 고통을 넘기기가 참으로 힘들다 하였다. 내 경우는 나름대로 수심이 잘 되어 있다고 내심 자부하고 있었는데, 채약에 들어가면서 정말 미칠 정도로 수심이 오기 시작 하였다.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양한 수심이 동시에 오기 시작하는데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부분만 골라서 오는 것이었다. 가족 관계부터 모든 분야에 걸쳐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다양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게 수심공부려니 하면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모든 것에 대해 자의반 타의반 자포자기 가운데 절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방하착(放下着) 단계에 이르렀으며 수련으로 극복하게 위해 행공과 수련을 더 치열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하심(下心)을 화두삼아 치열하게 수련했지만 수심공부라는 게 그렇듯 극복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냥저냥 수련과 함께 같이 가면서 세월이 지나서 돌아보면 아주 조금씩 희석되는 듯했다.
그 가운데서도 잃지 않은 것은 일전에 선주가 올린 맹자 고자 장구 하 (告子 章句 下)에 나오는 ‘하늘이 장차 큰일을 어떤 사람에게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그 몸을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해서 행하는 일이 뜻과 같지 않게 한다.’이었다.
그러나 꼭 닦아야할 중요한 마음공부가 남아 있었나 보다.
개인사이니 밝힐 사항은 아니되 종국에는 삶의 애착을 놓아 버렸다. 속으로 ‘대충 살고 가자’ 하여 모든 것을 중단했다. 오래 전부터 지방 출장이니 하여 수련을 쉰지도 제법 되었다. 먹는 것조차도 전혀 미련이 없었고 아무 활동 없이 마냥 누워 있으니 살이 점점 빠지기 시작 하는데, 한창 때보다 30kg 이상 빠져 50kg 대에 이르렀다. 자율신경 실조증이 오는데 동공이 열려 방에 형광등 불빛조차 눈이 부셔 눈을 찌푸리고 있어야 했으며 눈 밑에는 다크써클이 아닌 죽음의 그림자가 검게 드리워졌으며 잠시 바깥에서 걸을라치면 오금이 툭툭 꺽여져 갈음조차 위태로웠다. 잠을 자기 시작하면 종일 자도 계속 잠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별로 없는 광대뼈가 잔뜩 도드라져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이 아닌 듯 했고 끔찍하였다.
후에 들으니 한당선생님께서 젊은 시절 도통 후에 쓰여진 유작노트에서 처럼 당신이 당초 계획하신대로 원래 자리로 돌아 가시려할 때 특히 가깝게 지내던 의중을 모르는 일월팀에서 활기를 불어 넣고자 성가시게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종용하였는데도 하시던 말씀이 늘 생각이 없으시다면 서 말문을 막았다는데 가까운 지인에게 후일담을 이야기 하면서 똑같은 내용의 표현을 한다고 심히 우려 하였다.
(너무 길어서 2부로 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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