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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조선 500년 통치철학, 바탕엔 백성이 있었다 [중앙일보]

수암11 2010. 11. 12. 00:48

[BOOK] 조선 500년 통치철학, 바탕엔 백성이 있었다 [중앙일보]

2010.10.02 00:32 입력 / 2010.10.02 00:33 수정

조선의 통치철학
백승종·박현모·한명기·신병주·허동현 지음
푸른역사, 404쪽, 1만9500원

반공,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 정의사회 구현, 보통 사람들의 시대, 신한국 창조, 제2의 건국,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공정 사회. 건국 이후 60여년 간 집권 세력이 제시했던 국시(國是), 국정과제다. 화려한 수사 속에 등장했던 슬로건들은 그러나 정권의 부침,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금세 생명력을 잃곤 했다. 조선은 달랐다. 성리학이라는 단일한 통치철학으로 500년 넘게 버텼다. 지역·계층·성별을 초월한 이념이 있었다. “각자의 처지에서 성리학적 예교(禮敎)를 준행하면 대동사회(大同社會)가 온다”는 믿음이다.

책은 조선 통치철학의 성립과 변천을 당시 시대상과 함께 담아냈다. 당연히 창업·안정·위기·중흥·망국 등 역사의 변곡점에 섰던 왕·경세가·지식인이 다양하게 조명됐다. 저자들은 개국공신 정도전과 수성기의 왕 세종으로부터 ‘민본사상’이라는 공통분모를 추출한다. 성리학적 이상주의를 현실 정치의 담론으로 만든 조광조·김인후의 ‘지치(至治:이상 정치)’ 운동을 소개했다. 임진왜란·병자호란을 맞아 외교의 최전선에 섰던 류성룡과 최명길,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이끈 영조와 정조를 살핀 데 이어 러시아의 차르 체제를 따라 배우려던 고종의 꿈과 좌절에서 끝맺었다.

통치철학의 성공 여부는 결국 ‘민(民)’, 백성을 벗어나지 않는 데 달렸다는 게 저자들의 결론인 듯. 설득·지배의 기교 만을 강조하는 요즘의 가벼운 리더십 서적과 달리, 철학과 비전이 담긴 리더십을 고민케 하는 책이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