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부 있는 술집
05.04.01 02:19
새로 옮긴 오크본 로드 현장에는 한 마리의 전갈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첫 날 발견하고 자밀이 죽이려는 걸 살려줬는데, 며칠 뒤에 갔더니, 바짓가랑이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제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 밟혀 죽을 운명인데도 겁 없이 다니고 있습니다.
전갈에게 물리면 현기증이 나고, 멍해진다는군요.
전갈에게 물렸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방을 맞으면 괜찮아 진다는군요.
벨모판 숙소에 도마뱀 얘기를 한 적이 있지요?
터박이 도마뱀을 주방 아주머니도 이젠 겁내지 않습니다. 도마뱀이 벌레들을 잡아먹는 이로운 파충류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산이나 들에서 만나는 도마뱀들은 날쌔게 달아나지만, 집안에 서식하는 도마뱀들은 사람이 바로 옆에 있어도 빤히 쳐다보기만 합니다.
참 여기서 여성들이 시중드는 술집을 가봤습니다.
일행들은 몇 번 간 경험이 있는 곳인데, 벨모판에 동료들이 힘에 겨워하는 가운데 휴가를 맞춰 떠난 사람도 있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동료들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이 적적해하고해서, 빈자리를 위해 저도 어울리게 되었는데, 그 술집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서, 지금은 고장이 났지만, 노래방 기계도 있었다는 곳이더군요.
접대부 여성은 벨리즈 보다 좀 더 가난한 이웃나라 과테말라에서 온 여성들로서, 대부분 생계유지를 위해 나오는 것으로 제 맞은편에 앉은 한 여성은 아이가 하나 있다더군요. 그 아이에게 써달라고 적은 돈이지만, 몇 푼 주었습니다. 여기 접대부들은 우리나라처럼 별도로 팁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맥주 한 병을 사주면 된다는군요.
어려운 시절 한국의 미군기지 앞에서 웃음을 팔던 한국의 접대부들 보다 한결 열악한 환경인 듯 합니다.
술집이래야 지저분하기 짝이 없습니다. 분위기를 위해 아주 희미한 전등들이 몇 개 있고, 탁자와 의자는 조잡한 나무로 만든 것들이 모두 흠집이 나고. 낡아 반듯한 것이 없습니다.
성긴 나무로 된 바닥은 삐꺽거리고, 전등과 사람만 없으면 폐허가 된 집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전설 따라 삼천리에 나오는 흉가에서 술을 마시는 으스스한 느낌입니다.
밀입국 후, 아주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이런 곳에서 숨어, 기꺼이 숙식을 하면서 웃음을 파는 그네들의 삶의 질은 우리들로서도 상상이 안될 만큼 열악하기 이를 데 없음을 명약관화한 사실일 것입니다.
한 쪽 구석에 불이 꺼진 곳이 있기에 물었더니, 무도장이라는데,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손질되지 않은 나무 기둥들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부부와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이 같이 살고 있는데, 이곳에 온 지는 약 6년 되었답니다.
벨리즈 시티에도 우리 교포가 둘 있는데, 그들은 상당히 돈을 모아 여유 있는 생활을 한답니다. 과테말라 불법 입국접대부를 쓰기 때문에, 관련 관청과 어쩔 수 없이 결탁되어 있다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부정부패가 심각한 듯 합니다.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로 치면, 통상산업부 장관이 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펼치는 정책이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어있다니, 아연할 따름입니다.
또 한 가지 색다른 것은, 대부분의 술집들이 한적한 곳에 있습니다.
당연히 차를 가지고 술집에 와야 하고, 술을 마신 취객들은 음주 운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는 음주운전이 단속 대상이 아닙니다.
단속할 장비도 없을 뿐 더러, 인구도 적은데다가, 밤에는 순찰 경찰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현재 근무하는 벨모판 사무실 경비는 벨모판 경찰서장 개인이 운영하는 경비회사에 맡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적어도 경찰서장이 운영하는 경비회사라면, 도둑이 덜 들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래도 제가 여기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어느 날 도둑이 들어 쇠창살을 부수지 않고 얌전히 뜯은 다음, 안에 창문을 떼어 내고, 서랍에 있는 현금을 가져갔습니다.
예전에 그런 일이 없었다는데, 여러 정황으로 보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의 소행으로 미루어 짐작되고, 전 날 마침 퇴사한 직원이 놀러 왔다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지는 현금을 보고 마음이 동해 가져간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기는 강도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서, 도둑이 들어도 경비들이 감히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주시하다가 도둑이 일을 끝내고 가면, 그때서야 야단법석을 떤다고 합니다.
그들도 일보다는 목숨이 소중한 까닭이겠지요.
저로서 조금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숙소에서 쓸 발전기를 들여올 예정입니다.
날이 무척 더운데, 얼음물은 고사하고, 시원한 물 제대로 먹기 어려운 실정이었는데, 발전기가 들어오게 되면, 냉장고, 컴퓨터 사정이 호전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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