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2
남들과는 조금 다른 스킨십에 대한 특별한 계기랄 것은 없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
하는 일이 건설업 관련이어서 향응문화가 쉽게 젖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언젠가 제주도 현장에서 일이 생겼다. 일행들도 있고 발주자 측에서 나온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이어서 편한 편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리고 계속 술자리로 이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쪽 책임자가 취기 끝에 “오늘 아가씨들 다 데리고 나가는 거지.”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나는 당황했다. 결혼 후 이성과의 접촉은 상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쪽 직원들이 댓 명가량 되었는데, 당황하여 “나는 빼고“ 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술잔을 엎더니 ”그럼 그만 먹자.”고 단칼에 잘라 버리는 것이었다. 한 마디 대답 때문에 그 전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깨져 버린 것이다. 수습하기 위해 그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성을 싫어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들 이상 아름다움을 사랑하지만 사실 외적인 미추에 조금 초연한 태도를 견지할 뿐이다. 예전 나보다 10살가량 나이 많은 누님은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보란 듯이 양 볼에 키스를 했다. 그 누님은 독신에 독실한 불교신자였는데, 나의 애정 표현에 항상 기꺼이 응해 주었다.
그날 모두 불콰해서 여흥에 들뜬 상태로 각자 파트너를 데리고 여관으로 갔다. 술을 제법 마셨지만 내심 난감해 하고 있었다. 단둘이 되었을 때 어쩔 수없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오늘 수고 많았네.” “이제 가도 되네.” 라고 조용히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열쇠가 없어서 가기가 뭣하다고 하였다. 쫓아낼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럼 서로 손대지 말고 약속하고 자자.“고 다짐을 받고 잠을 청했다.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만큼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성의 상품화라는 측면은 거부감이 앞섰다.
결과만 언급한다면 술이 제법 취했지만 밤새 자다 깨다 하였다. 예쁜 아가씨가 옆에 속옷만 입고 자고 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날이 밝아 오자 나는 한숨을 돌렸다. 더 이상 갈등할 필요가 없었으며 더 기분 좋은 것은 극복해냈다는 뿌듯함이었다. 그 뿌듯함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스스로를 이긴 것이어서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이후에도 몇 번 더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다들 술 취한 상태였기에 적당히 둘러대고 파트너를 돌려보냈다. 이미 계산을 다 치렀지만 아예 가게에서 작별을 하든가 그도 여의치 않으면 여관에서 돌려보냈다. 그런 방법도 통하지 않으면 같이 잠을 자기도 했지만 다짐을 잊지 않았다. 서로 손대는 일이 없도록...
거의 대부분 술이 만취된 상황에서 잘 모르는 젊은 이성과 잠자리를 한다는 사실은 사실 쉽지 않다. 밤새도록 선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에서 살이라도 닿을라 치면 화들짝 깨기 일쑤였다. 편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스스로를 이겨낸 아침이 오면 오히려 훨씬 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는 즐기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아침이면 그들도 특별한 경험이었는지 연락처를 적어 주곤 했지만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특정 지역의 수많은 유흥주점은 거의 다 섭렵했지만 계산을 치르고도 단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한 번은 지방의 모 호텔에 터키탕이라는 곳을 가자고 하기에 질 수 없어서 가자고 했더니 정말 가는 것이었다. 막상 도착을 하니 내가 당황스러웠다. 들어가자는 것을 당황하여 본색을 드러냈다.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처음이어서” 횡설수설 했더니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였다.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각자 안내대로 따랐다. 나는 처음 겪는 일이어서 초긴장 상태에 있었다. 몸을 씻고 침대에 눕히더니 흰 시트로 몸을 덮어주고서는 마사지를 하는데 생전 처음 받는데 엄청 고통스러웠다. 나중에는 발로 체중을 실어 밟아대는데 비명이 새어나올까 해서 이를 악물었다. 사실 마사지 이후에 며칠간을 몸살기로 앓았다. 여린 아가씨가 하는 마사지가 손이 매운데 자존심 때문에 마냥 비명을 지를 수만도 없었다. 이때 고통 때문에 나는 마사지 트라우마가 생겼다.
마사지가 끝난 후에 불을 끄더니 옷을 벗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초긴장 상태에서 더 긴장이 되었다. 옷을 벗은 듯한 그 여성이 내 위로 올라오기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안 돼!” “안 돼!” 그러자 그 여성이 깔깔대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 손을 잡고 노골적인 성적인 접촉이 아닌 듯 이야기 하며 속된 말로 “물 안 빼도 돼?”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물을 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즐길 시간을 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도 그런 손님은 흔치 않은 편이어서 이전보다 더 우호적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적당한 시간에 나오니 일행은 한참 전에 물을 빼고 눈이 빠져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지방에 다녀온 후 옆집에서 대강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가 처의 의심을 사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떳떳하기에 서슴없이 자랑삼아 털어 놓았지만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한 번은 친구들과 어울려 모두 들뜬 기분에 술을 마신 끝에 각자 여성들을 데리고 잠자리로 갔다. 친구들과 모처럼 어울려 들뜬 분위기에서 '나는 되니 안 되니' 하는 어떤 반응도 의미가 없으니 그냥 말없이 묵묵히 따를 뿐이다. 서로에게 손을 대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대신 팔베개를 내어주고 잠이 들었다. 일이 끝난 친구들이 내가 소식이 없자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자 현관문을 부서져라 두들기며 이구동성으로 깨우는 것이었다. 그제야 놀라 일어나 원래 숙소로 돌아왔다.
이런 여러 경험들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에 하나로서 논리적으로 서로 어긋나는 표상의 결합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양가감정(兩價感情)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제와 동시에 욕구가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연습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