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개성
명분과 개성은 수련을 하는 학인에게 특히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인데 이는 신명심과도 결부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의 저변에는 고집이라는 성격이 깔려있다.
그런데 이들을 잘못 이해하여 ‘혼자 수읽기‘ 같은 아집(我執)에 빠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아집은 의외로 큰일에는 아주 대범하지만 작은 일에 얽매여 수련에 발목을 잡힌다.
우리나라 선비들은 대의명분에 쉽게 목숨을 거는 사례가 빈번하고 심지어 키우는 동물들조차 그 고집에 외국인들은 손을 들었다.
제임스 게일(1979: 141-144)은 조랑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정말이지 조랑말은 완전한 마귀이기 때문이다. 고집은 가장 나쁜 성질 중의 하나이다. 말하자면 조선 머슴들이 제 고집대로 하듯이 대담하게 제 고집대로 움직인다. 일단 변덕이 나기만 하면 그의 목은 놋쇠로 된 것 같고, 생각한 것은 연주창처럼 오래간다.
조선의 조랑말과 조선인이 결속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뭐라고 말해 봤자, 그런 것은 다 ‘돌로 쌓은 벽과 다투는’ 거나 마찬가지로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인으로서 한국에 귀화한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 했던 이참은 2009년 4월6일 조갑제의 현대사 강좌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의 답답함’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였는데, 진돗개 연구가이기도 한 그는 토종견인 진돗개가 한국인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였다.
“한 집에서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우면 한번은 꼭 싸운 후 서열이 정해지고, 이 서열에 따라 질서가 잡혀 더 싸우지 않는데 유독 진돗개를 여러 마리 키우는 집에서는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싸워서 진 개가 이긴 개에게 승복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데 보스기질이 강하여 모든 개가 우두머리가 되겠다고 그러는 것이다.
그 순한 소에게도 황소고집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니 우리나라의 가축들은 우리 민족성과 그 기질을 같이 한다.
자화자찬 같지만 이 기질에서 우리민족이 천손민족이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고집은 선비들에게 있어 대의명분을 위해 사용되어졌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부상소(持斧上疏)이다. 고려의 성리학자 우탁과 조선의 조헌과 최익현은 도끼를 들고 들어가 죽음을 무릅쓰고 간했으며, 벼슬조차 버리면서까지 직간을 했고 머리를 찧으며 이마에 피를 흘리면서 간할 정도로 처절했다.
그러나 대의명분을 위해 사용되어져야 할 고집이 단순하게 개인적인 목적으로 오용될 여지도 없지 않았다. 우리민족의 기질적 특성을 인식의 한계 때문에 한정된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많은 인재들이 한순간에 이 과정을 넘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오랜 수련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들이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 갇혀서 우를 범한 것이었다.
그들도 나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세울 것이고 또한 그 이유를 통해 자위할 것이다. 문제는 또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수련을 찾아 방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고집은 조심스레 다루지 않으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고집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못 사용하는 학인들에 있어서 자신과 주변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수련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수한 영혼을 지닌 도반에게 (0) | 2016.08.26 |
---|---|
혜안 (0) | 2016.08.22 |
선악에 대한 단상 (0) | 2016.07.31 |
병고(病苦)는 마음공부 (0) | 2016.07.31 |
무의식 수련과 심법 (0) | 2016.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