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관련

신(新)선지자(先知者)

수암11 2015. 8. 5. 13:56

신(新)선지자(先知者)

 

한당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명함을 드렸더니 명함이 없다 하시며 명함 대신에 당신이 쓰신 선시집에 서명을 하고 도계글씨까지 써서 주셨다.

당시 선생님이 얼마나 어려웠던 분이셨던지 우스개로 ‘선도모’라 하여 ‘선생님에게서 도망 다닌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어떤 가정조건일지언정 조물주가 사람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당신 같은 캐릭터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공전절후한 분이 바로 한당 선생님이다.

 

 

짧다면 짧은 삶을 살면서도 당신의 표현으로 ‘세월 속에 풀어내다’ 보니 그 어느 성인보다도 독특한 삶을 사셨던 분인데 몇 번 뵙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러 번에 걸친 질책을 들은 바 있다. 사실 만나 뵈었으면 하면서도 만나기 두려운 분이었으며 남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분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질책을 들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희귀한 경험이었기에 이런 질책조차도 부러워하였던 이가 바로 현궁이다. 질책조차도 직접 하신 것보다 거산문사님이나 소단을 통해 은연중에 하셨고, 유일하게 직접 하신 질책은 일월팀 주장을 나무란 것이 문제가 되어 그것도 한 달 뒤 모임, 석촌동 본원 4층에서 일월팀과 도각회를 모아 구분해놓고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설명해 주시며 입장정리를 해주시는데 내심 잘하려고 했던 마음이 없지 않아서 상심하기도 했다. 소단을 통해 들은 질책도 별 내용은 아니다. 단지 우연히 자리를 같이 한 이후, 그리고 한참 뒤에 ‘온양수련을 하는 사람의 기운이 떠있다.‘는 말이었지만 내게는 철퇴로 맞은 충격이었고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된다.

세월 속에 풀다 보면 보이지 않던 많은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거나 조심스러운 부분들에서 새로운 행간을 찾아내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행간을 읽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세월 속에서 풀어내다 보니 더 깊은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공부를 통해서 밝아지기(學而知之)도 하지만 어려움을 통해 밝아지기(困而知之)도 한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행간 안에 한 꺼풀을 더 뚫고 들어가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어렵고 쉽다는 것과 밝고 어둡다는 것은 주관적이어서 제한된 내 시각으로 판단하는 몫이었다.

나는 살아오면서 수련 이외의 그 어떤 것도 모두 하찮게 생각해왔다. 그러한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우리 수련을 찾아 오랫동안 방황할 동안 술과 가까이 하기 쉬운 대상에 대해 탐닉해오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오랫동안 습(習)이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돌이켜 보면 수련 이외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의 그 모든 것들은 모두 개성이 다른 인간 간에 유대를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매개였다. 아무리 도를 이루어도 주변과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실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입천(入天)했다고 하는 여러 사람들이 도문을 나간 부분은 여러 해 동안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그런데 세월 속에서 풀어내다 보니 해답이 보인다.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 도를 이루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해 소홀히 대해왔던 것이 입천 후에 마지막으로 발목을 잡는 것이다. 태공의 완성을 위해서는 전체의 빛이 업그레이드되어야하는데 그간 각개전투에만 전력투구해왔다. 그 과정이 거의 전부였으며 남이 나 같지 않기에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 주관적이라는 인간은 변화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존재이다. 자극에 반응하도록 창조되었다.

즉, 스스로 끊임없는 자극을 주든가 아니면 주변의 적절한 자극을 항상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도록 노력을 해야 뛰어난 선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당선생께서 도(道)라는 과정에서 노정의 길 안내자(지로사)에 대해 언급하셨다.

 

 

“모난 마음이 닦여지면 길 안내자는 반드시 나타납니다.

그 길 안내자는 신명일수도, 도반일수도, 아님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일 수도 있습니다.

삶의 곳곳에 숨어 있는 진리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길안내자의 사명일 것입니다.“

소홀히 여겨왔던 ‘같이, 함께, 더불어’하는 온라인 안심수련을 통해 세상이 거듭 변하고 있다. 쉽지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내는 생활지로사들의 씀씀이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