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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산성비 밝혀낸 세계적 기상학자

수암11 2011. 4. 9. 19:21

조선일보 [사람들] 황사·산성비 밝혀낸 세계적 기상학자

정용승 한국 교원대 교수

구성재기자 sjkoo@chosun.com

입력 : 2003.10.12 18:15 / 수정 : 2003.10.12 18:15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3101270301

 

대기 전문가인 정용승 한국교원대 교수는 "환경을 파괴하면 그 대가는 반드시 되돌아온다"며 "그런 만큼 모두가 자연환경을 아끼고 보존해 나가야 한다"고 몇 차례씩 강조했다. /청원(충북)=전재홍기자 jhjun@chosun.com “인간이 환경을 파괴한 후, 되돌려 받게 될 대가가 두렵기만 합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급속히 녹아 이로 인해 발생한 수증기로 한반도를 포함한 북반구 강수량에 영향을 준다”는 논문을 내놓은 대기환경 전문가 정용승(鄭用昇) 한국 교원대 교수는 도시화, 산업화, 산림의 훼손 등으로 뿜어져 나오는 각종 대기 오염 물질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해악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인 정 교수가 컴퓨터 전문가인 하로 레씨와 함께 1990년대 후반 7년여 동안 북극 위성 사진 2654장을 세계 최초로 분석해 작성한 논문이 국제과학인용학술지(SCI)로 등록된 격주간지 ‘국제원격탐사학술지’에 표지 논문으로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기후환경 변화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더 늦기 전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70년대 근대화와 공업화에만 매진해왔지만 이제는 각종 오염물질로 인한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본격적인 대처를 할 시점이죠.”

 

환경오염이 몰고 올 결과가 너무나 두렵다는 정 교수는 지난 1988년 충북 청원군 한국 교원대에 둥지를 틀기 전까지 북미 대륙에서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캐나다 환경성에서 연구과학관으로 17년을 일하는 동안 기상학자로서 캐나다 로키산맥의 동부지대와 안데스산맥의 동부지대 등 세계적인 저기압발생지역들을 최초로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으며, 오하이오주 등 미국 중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오존이 온타리오 등 캐나다 남부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해 미국과 캐나다 간 환경협력협정이 맺어지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환경오염 분야가 취약한 조국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일념에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귀국하자마자 정 교수는 동북아시아 대기환경 연구에 몰두했다. 귀국 첫해인 1988년부터 우리나라의 오존 농도의 증가가 중국에서 날아온 원인물질 때문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지난 1989년부터는 한반도의 산성비 또한 빠른 산업화에 시동을 건 중국의 오염물질이 그 배경이라고 밝혀 경각심을 일깨웠다.

 

1996년부터는 각종 자료를 근거로 한반도의 장마 패턴이 기후변화로 변화하고 있다는 논문을 일관되게 발표해 위험성을 알렸으며,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환경분야 중에서도 특히 황사에 대한 그의 공로는 탁월하다. 중국·몽골 등에서 발생하는 황사의 근본 원인, 이동경로, 침전지역, 그로 인한 영향 등 ‘황사학’의 근간을 세웠다는 학계의 평가이다. 이런 학문적 업적으로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세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황사 학술대회’를 열었고, 이어 네덜란드의 과학출판사에서 황사를 특집으로 한 단행본을 편집해 세계 기상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공로로 정 교수는 지난 1994년 한림원 종신회원으로 받아들여진 이후 1996년 한국 과학자들의 최고영예인 대한민국 과학기술상을 수상했다. 이어 1997년 조선일보와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공동주최하는 한·일환경상을 받았으며 지난 3월에는 국제대기환경학술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일본에서 받기도 했다. 정 교수는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에 실린 논문만 80편이 넘으며 이 논문들을 인용한 다른 교수의 논문도 300편이 넘는다.

 

세계적 권위를 쌓기까지 정 교수의 노력은 남달랐다. 그의 연구실이기도 한 충북의 한중대기과학센터는 설날, 추석이 없다. 값싸면서도 튼튼한 대기오염 측정장비, 인공위성 측정 영상 수신 장비 등을 24시간 가동할 수 있도록 휴일에도 나와 조이고 닦는다. “연구실 대학원생들에게는 ‘쉬는 날 나와 일하면 능률이 2~3배 높다’고 강조해요.”

 

환경을 남보다 더 걱정하는 만큼 정 교수의 생활 자체도 친환경적이다. 되도록이면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서울 나들이를 최대한 자제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자동차 운행을 가급적 피합니다. 장도 일주일에 한 번씩만 보러 가요. 집안 뜰에서 키우는 사과·배 등 과실나무에는 과실이 적더라도 농약을 치지 않고요.”

 

정 교수는 “지구 공기 운동은 예로부터 물·땅과 함께 만물의 근본”이라며 “이런 대기에 관해 공부하고 있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등산과 달리기 등을 좋아하는 정 교수는 앞으로 자신이 설립한 한중대기과학센터에서 동북아의 각종 이동성 오염물질과 대기 변화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연구 생활만은 죽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