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관련

행공의 효과

수암11 2010. 7. 19. 10:23

 

행공의 효과


행공의 효과는 의외로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본수련의 호흡이 음(陰)적이라 한다면 행공은 양(陽)적인 호흡이라 할 수 있으며 본수련이 마음(心)을 70%, 몸(身)을 30%의 비율로 단련하는 것이라면, 행공수련은 몸(身)을 70%, 마음(心)을 30%의 비율로 수련하는 것이라 한다.


행공에는 특히 기마자세처럼 자세를 낮추어 하는 동작들이 많은데 이러한 기마자세의 효과에 대해 도(道)적인 부분을 제외 하더라도 기마자세의 하나인 ≪참장공(站椿功) 하나로 평생 건강을 지킨다≫(정영민, 2001, 명진출판) 라는 제목의 책이 나와 있을 정도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 때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선수가 하체단련을 위하여 러닝을 집중적으로 하고 그 외 오리걸음이나 기타 하체운동을 한다는 기사가 나오곤 했는데, “하체가 강해지면 정신력이 강화된다는(한당선생의 석문호흡법, 174쪽)가 하면, 속담에 ”사람은 다리, 나무는 뿌리“, 뿌리가 깊어야 잎이 무성하다. 사람은 다리부터 늙는다고 하였다. 즉 사람의 하지(下肢)는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인체의 기초가 튼튼해야 안전하고 구조가 오래 유지되듯이 사람도 하지가 튼튼해야 몸이 건강하다 하였다. 박찬호투수의 투구속도가 빨랐던 것은 투구 폼에도 있지만, 하체가 강했기 때문에 그 강한하체에서 구속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다. 다부진 몸매를 지닌 역도선수들이 의외로 순발력이 있어서 달리기나 높이뛰기에 능하다는 사실도 기록을 위해 무거운 바벨을 끊임없이 들다 보니 자연 다리 힘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로부터 발질을 잘하는 것은 좌식생활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예전에 산이 많아 도보로 지겟짐을 지고 다니면서 허리힘과 다릿심이 강했기 때문인 것이다.


달리기를 열심히 해도 다리 힘이 강화되지만, 행공은 달리기보다 단위 시간당 운동효과가 높다. 쉬운 사례로 잘못한 아이들을 벌세울 때 두 손을 들고 벌을 서기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벌을 서지만 그 고통은 몹시 힘들다. 즉, 달리는 것보다 가만히 기마자세를 취하는 행공이 더 힘이 들지만 운동의 효율성에서는 뛰어난 것이다.

지금은 연속행공이 보편화되었지만, 예전에 힘든 행공을 삼행공으로 조금 오래한 적이 있었다. 앉아서 꾸준히 수련하는 습관이 일상이 되면 뜀박질할 기회가 거의 사라지는데, 집에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모처럼 바깥에 나간 강아지가 좋아서 마구 달리기 시작하는데, 차들이 달리는 한길 옆이어서 걱정이 되어 따라 달렸다. 강아지가 천방지축으로 마냥 달리는 바람에 안하던 달리기를 하게 되면 쓰지 않던 근육에 무리가 올지 몰라 조심스레 달리기 시작하였는데 별 문제가 없어서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50여 미터를 달리다 보니 강아지를 추월하였고 100m 이상을 달렸는데, 강아지는 혓바닥을 옆으로 내밀며 입에 거품을 물고 따라 오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혀 숨이 가쁘지 않은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십여 년 이상을 달려본 기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숨이 차지 않았을 뿐더러 전속력으로 달린 다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 한참을 곰곰이 생각한 끝에 깨달은 점은 행공 덕임을 알았다. 자신을 얻은 터라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스스로를 테스트하기 위해 주말에 분당의 불곡산과 청계산을 맨발로 뛰어서 오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토록 가만히 서서 하는 행공의 효과는 예상을 뒤엎고 심폐기능과 운동의 효율성에 뛰어난 것이다.


우리가 모처럼 무리한 등산을 한 경우에 근육이 뭉쳐 소위 알이 배어 근육통이 오래가게 되는데 행공을 부지런히 하게 되면 뭉친 근육이 쉽게 풀리면서 빠른 회복을 보이는데 이도 행공의 효과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게 되면 다릿심이 없어지고 지팡이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외부활동을 꺼리게 되고 자연 급속히 쇠약해진다. 걸으면 난치병도 치료효과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숲이나 산길을 걸으며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더 효과가 있다. 기합발성이 자율신경을 각성시킨다는 연구보고가 있는데, 좋아하는 큰소리로 노래를 해도 발산의 효과가 있어서 기합의 효과 이상이다. 통상 대부분의 병인이 스트레스의 축적에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발산을 통한 해소는 바로 몸으로 알 수 있다.


행공을 많이 하게 되면 강기가 많이 쌓이는데, 점검자의 말을 빌리면 행공을 열심히 한 달의 운기구간의 통로의 굵기가 다를 정도로 길이 잘 닦여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행공을 열심히 하게 되면 내력이 강해져서 평시에는 그 효과를 잘 알기 어려우나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물론 우리수련의 효과도 있으나 특히 행공은 생사가 걸린 상황을 남들보다 쉽게 극복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데 이것은 본인이 몇 차례 경험한 사실이다.

예전에 박찬호선수가 석문호흡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있었는데, 무산되었지만, 투수와 타자가 펼치는 심리전에서 우리수련을 통해 부동심과 평상심을 유지하는 힘을 길렀더라면 훨씬 좋은 성적과 더불어 선수생명도 길어졌을 터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행공의 또 다른 장점은 긴장된 심신을 풀어줘 쉽게 이완상태에 이르게 하고 따라서 쉽게 몰입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러 차례 행공을 한 후에 본수련에 들게 되면 의외로 몰입이 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과다한 행공은 바로 수마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많지만, 깊은 몰입은 호흡 길이 뿐 아니라 집중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하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행공을 포함해서 모든 행공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최대한 이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하체에 힘이 들어가는 부분은 예외로 하겠지만 이조차 자연스러워야 한다. 초기에는 다리힘을 강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상체를 낮추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상체는 완전히 이완 되도록 해야 하며 하체에조차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상태가 되면 호흡이 훨씬 부드럽고 길어진다.


행공을 할 때 강하게 하라 함은 힘들게 하라는 뜻이다.

2~30초 하다가 힘들면 쉬었다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으로 버티다가 도저히 버티기 힘들 때 쉬라는 뜻이다. 그렇게 해야 육체의 극한점을 넘어서 단련이 되고, 진보발전하기 때문이다. 호흡도 행공 시에는 조금 더 강하고 길게 하는 것이 좋고  의식도 단전에 강하게 집중한다. 행공동작도 쉬엄쉬엄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으로 버텨가면서 육체의 극한점과 정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애써야 한다.

행공을 많이 하게 되면 강기가 많이 쌓여서 그런지 모르나 심력이 커진다. 실제 두어 시간 행공을 한 후에 도반들과 차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주말이어서 소정의 단계에 이른 사람들이 이러저런 기운을 타서 마시기도 했는데 본인에게 고수분이 특정기운을 지정하며 넣어보라기에 시도를 하는 순간 차를 담는 숙우에 그 기운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평시에는 잠깐이나마 집중을 해야 하고 이후에도 기운이 주입된 것을 확연히 느끼지 못하였는데, 의외로 심력이 커지니 즉각 반응이 오고 기감이 예민해진 탓인지 그 느낌이 전달되었다. 혹시 더 넣을까 해서 집중하였는데,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먼저 마셨던 차에 비해 그 맛이 좀 더 각별하다는 평이 있었다.